'PC옵션계약' 중소업체 경영 '발목'

필요한 스펙따라 부품 골라 구매
수요기관 선택권·가격 안정 취지
재고 확보·환율·원자재 '리스크'
업계 수익 악화 '재도 개선'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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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 '옵션 계약' 제도로 인해 중소PC 업계가 시름하고 있다. 2020년 제도 시행 이후 주요 업체의 2년여간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 옵션 계약 제도는 가격 안정화를 위해 공공 PC를 부품이나 부분품 단위로 구매하는 제도다. 취지와 달리 제도 시행 후 2년여간 중소 PC업계는 메인보드, CPU, 저장장치, 메모리 등 주요 부품을 제외한 상태에서 일부 부품만으로 이익을 남겨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조달 단가는 업체 경쟁으로 인터넷 최저가 수준으로 형성됐고, 수익률은 예전 2~3%보다 더 낮아졌다.

옵션 계약은 입찰업체에 부품 확보·관리 리스크도 더했다. 업체는 어떤 조합으로 주문이 들어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부품 재고 물량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계약 시점과 생산 시점 환율, 물가 변동으로 말미암은 가격 차이가 발생함으로써 변수로 작용했다. 조달청은 원자재 상승 등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 금액 조정 조항을 추가했지만 입찰가 경쟁으로 실효성이 없었다.

그 사이 중소 PC업계의 수익성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대우루컴즈, 삼보컴퓨터, 에이텍 등 주요 업체의 영업이익은 2020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환율 상승, 원자재 공급난 등 시장 변수에 제도 리스크까지 더해진 결과다.

대우루컴즈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와 비교해 적자로 전환했다. PC업계는 1분기에 실적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 적자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보컴퓨터는 1분기 수익률이 전년 동기에 비해 절반 이상 하락했다.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에이텍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약 50% 감소, 구조조정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제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공급사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는 보완대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공공조달컴퓨팅협회 관계자는 “쪼그라든 중소 PC시장에서 경쟁은 심화하고, 부품 공급난과 원자재값에 이어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은 최악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데스크톱컴퓨터의 부품 원자재 가격조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가격조사 등 개선 사항이 있는지를 추후 검토하는 등 시장가격 안정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옵션 계약제 = 조달청이 2020년 1월 공공 조달시장에 도입했다. 공공 PC를 부품이나 부분품 단위로 구매하는 제도다. 수요 기관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한 제도로, 완제품이 아니라 필요한 기능과 스펙 부품만 별도로 선택해서 가격 안정화를 도모하자는 취지였다.


정다은기자 dand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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