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책-물가안정 등
시급한 현안은 '속도전'
여소야대에 조직 개편 미뤄
국정철학은 보이지 않아

Photo Image

윤석열 정부를 준비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한 지 한 달을 맞이했다. 지난달 18일 출범한 인수위는 바로 조직 구성과 함께 각 부처 업무보고를 추진하며 속도전을 펼쳤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을 중심으로 코로나19비상대응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시급한 현안을 빠르게 대응했다. 반면에 새 정부가 기조로 삼을 핵심 정책에 대해서는 여소야대 정국을 신경을 쓰며 이렇다 할 답을 아직 내지 못하고 있다. 인수위는 국정과제 2차 선정을 완료한 18일 이후부터 분과별 대표 국정과제를 단계적으로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인수위 초반 세간의 관심이 쏠렸던 곳은 △코로나19 대책 △경제회복 △정부조직 개편 등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공약과 함께 선거운동 과정에서 3대 분야에 대한 정부 대책을 비판하며 새로운 코로나 대책, 민간중심 경제, 일부 부처 폐지 등을 언급해왔던 만큼 큰 변화가 예고됐었다.

◇코로나19 극복 '방점' 국정 중심 안 보여

코로나19의 경우 특위를 중심으로 과학적 방역과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가 추진됐고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이번 주부터 영업시간 제한을 전면 해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외 먹는 코로나 치료제 팍스로비드 조기 확보, 소상공인 대출 만기 6개월 재연장 등을 조치하기도 했다.

경제회복 분야에서는 물가 안정을 중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겹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물가 상승이 위기 수준에 있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유류세 인하 폭을 당초 20%에서 30%로 확대했고 최근에는 경제1분과를 중심으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한국은행과 긴급 간담회를 열어 물가 상승 등 대내외 금융시장을 점검하고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 현황 점검을 하기도 했다.

반면에 새 정부 국정 가늠자라 할 수 있는 조직 개편은 인수위 기간에서는 하지 않기로 했다. 장관 후보자도 기존 정부조직 그대로 지명했다. 앞서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를 비롯해 과학기술과 교육 분리, 국토와 교통 분야 재조정 등 큰 폭 변화를 예고했었던 것과는 상반된 결정을 내린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상황을 감안해 속도전보다는 향후 과제로 미루는 판단을 한 셈이다.

이에 정관계에서는 인수위 한 달을 두고 윤 당선인의 속도감은 보여줬지만 향후 국정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철학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와 물가 분야에서 발 빠른 대책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이들 다수가 이미 논의되던 내용의 연장선인데다 단기 정책이라는 점에서 윤 정부 정책 기조를 대변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인수위, 남은 기간 국정과제 중심 추진

새 정부 출범 후 직면하게 될 여소야대라는 현실 앞에 국정 초기부터 윤 당선인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기보다는 타협점을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 위원장은 18일 인수위 출범 한 달 기자회견에서 “정부조직 관련 인수위 나름대로 효율적인 조직체계에 대한 생각은 있지만 국정은 협치에 기반해야 한다”라며 “야당과 소통하고 야당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나씩 해 나가자는 것이 기본 생각”이라고 밝혔다.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까지 남은 기간은 3주일가량, 인수위은 이 기간 동안 국정과제를 통해 윤 당선인 국정철학을 보여준다는 구상이다.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입법이나 개정안 통과가 필요 없는 과제를 중심으로 우선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핵심 과제는 여전히 민주당 동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결국 실천하지 못했던 여야정협의체 운영 등 야당과 소통을 위한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산업계 “정책 구체성 필요”

산업계에서도 인수위 정책에 대한 구체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당선인 공약과 그동안의 발언 등을 통해 큰 그림은 제시가 됐지만 실제 어떤 정책이 추진될 지는 아직 가늠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산업계에서는 현 인수위가 규제 혁파 등을 내세우면서 시장 친화적인 산업정책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했다. 인수위가 국정과제를 만들면서도 현 산업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

반면에 에너지 업계에서는 시장 친화적인 정부를 표방하는 현 인수위가 탄소중립과 에너지정책에 있어서는 오히려 정부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인수위가 국정과제를 구상하면서는 촘촘하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으로 보면 시장과 민간 역량을 키우는 방향보다는 여전히 '톱 다운' 방식 영향이 있다”면서 “현 정부에서 만들었던 탄소중립에 대한 속도조절은 바람직하나 전력시장과 에너지산업 제도를 어떻게 촘촘하게 개선할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데이터정책 전문가인 이성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와 데이터, 인공지능 활용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방향성을 제대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아직 뚜렷하고 구체적인 방안이 드러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조직 개편을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루고 국정과제에 집중하기로 한 만큼 정책 방안을 내실 있게 수립하고 구체화해 국민에게 알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