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시대 갈 길 바쁜 현대차, 노조는 "파업해서라도 요구안 쟁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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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동조합 임원 10명 중 7명이 올해 파업을 해서라도 요구안을 쟁취하자고 주장했다. 반도체 수급난과 전기차 전환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원만한 노사 협상이 올해 현대차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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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산공장 생산라인.

현대차 노조가 지난달 말 대의원 이상 확대 간부 404명을 대상으로 사측과 올해 단체협상 준비를 위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6%가 파업에 긍정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48%는 '투쟁을 해서라도 반드시 요구안을 모두 쟁취해야 한다', 28%는 '투쟁을 해야 하지만 해를 넘기지는 말자'고 했다.

'반도체 부품 수급난 등 대외적 여건을 고려해 투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14%,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단체협상을 마무리하자'라는 파업 부정 응답은 9%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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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계속 사측에 요구해온 신입사원 충원 문제에 대해서는 '충원을 해야 한다'라는 응답이 92%에 달했다. 이 가운데 60%는 '미래차 변화에 따른 고용 축소는 불가피하지만, 적정 수준 충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년퇴직 인원만큼 충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32%를 차지했다.

정년 연장도 주장했다. 응답자 절반(50%)이 '정년 연장은 국민연금 개시와 연동해 이뤄져야 한다'고 했고, 37%는 '숙련 재고용 형태를 정규직으로 전환, 정년 연장을 단계적으로 만들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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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공장 생산라인.

강성 성향 노조 집행부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듯 올해 단체협상 타결 시점에 연연하지 말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적절한 타결 시점을 묻는 말에는 '연연해선 안 된다'라는 응답이 47%를 기록했다. 이어 '하계휴가 전' 29%, '추석 전' 17%, '연내' 7% 순이었다.

노조의 정치 투쟁 참여 의사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 입장이 팽팽히 갈렸다. 51%는 '정치 투쟁에 나서야 한다'라는 긍정 입장, 나머지 49%는 '정치 투쟁 참여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라는 부정 의견을 피력했다.

단체협상에서 노조에 바라는 점으로는 상위 10개 항목 중 4개가 '임금', 나머지 6개가 '고용과 차별 철폐' 관련 내용이었다. '기본급 인상'이 가장 많았고 '순이익에 맞는 성과금 쟁취' '신입사원 충원' '정년 연장' '해고자 원직 복직' 순이었다.

업계 일각에선 현대차가 전기차 전환기에 접어든 가운데 올해 파업 등으로 인한 노사 갈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가 30∼40% 적은 만큼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 사측은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정년퇴직으로 인한 자연 감소를 바라보고 있으나, 충원은 쉽지 않은 문제다. 노조가 무리한 요구안을 주장하며 실제 파업을 강행할 경우 생산 차질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반도체 등 최악의 부품 수급난 속에 이미 현대차 주요 인기 차종의 출고는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 이상 밀려있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20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21일 사측에 올해 단체교섭 요구안을 발송하며 노사 협상을 시작한다. 확대 간부 조사에 이어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할 예정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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