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메타버스 등 신성장 동력 마련 분주
스마트폰 부품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걸으며 국내 부품업계는 신사업 발굴로 새로운 회사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시장 성장이 둔화한 스마트폰 부품 비중을 줄이고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미래차, 메타버스, 헬스케어 등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신사업 추진이 성과를 내며 기업가치가 재평가 받는 곳도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끈다.
◇ 스마트폰 부품→자동차 전장 부품 '미래 전략 체인지' 가속
삼성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대장 기업' 파트론은 전장 카메라 시장에서 새로운 회사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파트론 매출 대부분은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에서 발생한다. 전장 부품은 웨어러블과 합쳐서 매출 비중이 10% 남짓이다.
향후 성장성은 전장 부품이 높다. 파트론은 자동차 부품사업 분야에서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서라운드뷰 모니터(SVM), 운전자모니터링시스템(DMS), 자율주행용 카메라 모듈, 스마트 헤드라이트용 발광다이오드(LED), 지문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대형 고객사도 확보했다. 주행 테스트 중인 타이어용 운송관리시스템(TMS) 복합센서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이 확대되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평균 판매단가 측면에서도 전장용 부품이 스마트폰 부품 대비 높아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
파트론은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분야에서 안정적으로 매출을 확보하고 있지만 향후 전장부품, 센서, 웨어러블 분야 신사업 사업 비중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카메라 부품기업이 성공적으로 전장 전문 기업으로 변모한 대표 사례는 엠씨넥스다. 엠씨넥스는 삼성전자 주요 스마트폰 부품 공급사이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현대차 1차 협력사로 부상했다. 삼성 스마트폰 부품사가 현대차 1차 협력사가 된 첫 사례다. 1차 협력사는 중간 유통 과정 없이 완성차 업체와 직접 거래할 수 있어 신제품 개발에 깊이 관여할 수 있고 수주, 공급 단가도 유리해진다. 아직 엠씨넥스 매출의 절대적인 비중이 스마트폰에서 비롯되지만 전장 분야에서도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엠씨넥스 전장향 카메라 매출은 지난해 1602억원에서 올해 20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연성회로기판(FPCB) 전문기업 비에이치는 최근 LG전자 차량용 휴대폰 무선충전사업을 인수하며 단숨에 완성차 업체 1차 부품업체로 올라섰다.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직접 공급하는 '티어1' 지위를 확보해 다양한 전장부품 사업으로 라인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비에이치의 무선 충전모듈 매출은 올해 3분기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연간 2000억원 매출 기여가 기대된다. 향후 비에이치는 전장 사업 확대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동운아나텍은 자동차용 햅틱 칩 수주를 본격화하며 신사업 확대 속도를 높이고 있다. 동운아나텍이 현대차 제네시스 G90에 차량용 햅틱 드라이버 집적회로(IC)를 공급했다. 회사는 자동차용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렌즈 전문업체 세코닉스는 모바일용 카메라 렌즈 중심에서 차량용으로 사업 전환을 이루고 있다. 작년 차량용 카메라 모듈, 렌즈, 램프 비중이 60%에 달한다.
카메라 모듈과 램프를 주축으로 카메라 모듈 후방 카메라와 SVM, 운전자 상태 인식 카메라(DSW), 전방추돌 방지 시스템(AEB), 차선 인식 시스템(MFC) 등 전장 부품으로 확장하고 있다.
◇MLCC, 헬스케어, 메타버스… 4차 산업혁명 '신사업' 확보 사활
스마트폰 카메라용 FPCB 전문기업 뉴프렉스는 메타버스 시장에서 신사업을 찾아 기업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기가 메타버스를 구현할 핵심 인프라로 급부상하면서다.
뉴프렉스는 페이스북 자회사에 오큘러스 퀘스트1 출시 때부터 PCB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퀘스트 프로 제품에도 뉴프렉스가 PCB 납품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사양 제품일수록 PCB 탑재 개수는 늘어난다. 올해 오큘러스는 1000만대 이상 판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내년은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오큘러스 판매 증가세와 더불어 뉴프렉스 메타버스 기기 부품 사업은 날개를 달 것으로 기대된다. 오큘러스 외에 다른 글로벌 VR기기로 공급 확대 가능성도 열려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몸값이 최근 오르면서 아모텍은 MLCC 사업에 뛰어들었다. 아모텍은 원래 세라믹칩 부품, 안테나 부품, 브러시리스(BLDC) 모터 전문기업이다. 아모텍은 글로벌 1, 2위 업체인 일본 무라타, 삼성전기가 크게 점유하지 않은 통신향 MLCC에 집중했다. 아모텍은 MLCC 중 특히 PME(Precious Metal Electrode type) 계열에 주력하고 있다. PME MLCC는 내외부 전극 재료로 고가 귀금속인 은, 백금, 팔라듐을 사용한다. 구리나 니켈 등을 전극 재료로 사용하는 일반 MLCC 보다 저항이 작고, 허용 전류가 높다. 열에도 강해 내구성과 신뢰성이 높다. PME 계열 MLCC는 5세대(5G) 기지국, 전기차, 의료기기, 반도체 분야 고온, 고압 환경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스마트폰 인쇄회로기판 조립품(PBA)이 핵심 사업이었던 드림텍은 최근 공격적으로 의료기기 사업을 키우고 있다.
드림텍은 2015년부터 미국 라이프시그널스와 무선 심전도 패치 '바이오센서 1A'를 공동 개발했다. 2018년 병원 내 중앙 모니터링용 의료기기로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했다. 2020년에는 원격 모니터링용으로 FDA 추가 승인을 받았다.
심전도뿐 아니라 체온, 호흡수 등의 측정 기능이 장착된 '바이오센서 1Ax'도 개발했다. 지난해 FDA 승인을 거쳐 미국, 인도 내 여러 종합병원에 공급하고 있다.
드림텍은 올해 초에는 미국 의료기기 기업 카디악인사이트도 인수했다. 의료기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원천기술을 확보해 글로벌 부정맥 진단 시장에 직접 진출하기 위해서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부품업계는 기존 스마트폰 부품 사업을 캐시카우로 삼고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면서도 신사업에 적극 투자해 회사의 미래 방향성를 다시 그리고 있다”면서 “본격 매출과 수익을 내는 기업이 많지 않지만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감대를 분명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