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로…젓가락 타워로…" 기상천외한 재사용 로켓 회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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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재사용 로켓 팰컨9. 사진=스페이스X

미지의 공간, 우주 탐사가 국가 단위에서 민간기업까지 확대되면서 우주의 미스터리가 하나 둘 풀리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탄소발자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탄소 발자국은 이산화탄소 등 개인 또는 단체가 직접 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 기체의 총량을 의미한다. 지난달 프랑스 천문학자들이 발표 연구에 따르면, 우주와 지상 기반 시설들은 연간 2030만톤CO₂e(이산화탄소 환산톤)의 탄소발자국을 남겼다.

비용 또한 문제다. 엔진을 저렴하게 만들고, 제품 생산 및 운송비용 절감을 하더라도 가장 크게 비용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은 발사체의 재사용이다. 과거 바다나 지상으로 자유 낙하한 뒤 폐기됐던 로켓 연료통과 엔진을 재활용해 발사비용을 대폭 줄였다. 대표적으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스페이스X의 우주발사체 ‘팰컨9’은 새 위성을 발사할 때 6200만달러(약 751억원)이 드는데, 재사용 로켓 등 부품을 적극 활용하면 최대 30%까지 비용이 절감된다.

이에 최근에는 우주발사체 재사용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다. 과거에는 우주선 하드웨어가 소모품으로 여겨진 반면,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재사용 우주발사체가 경제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입증되며 기본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그렇다면 로켓은 어떻게 회수될까? 엄청난 속도로 땅에 곤두박질친 망가진 로켓을 주워 발사대에 올린다고 재사용 가능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 로켓이 손상되지 않는 안전한 수거가 목표다.

◇로켓 랩, 헬리콥터 공중 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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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랩은 헬리콥터를 이용해 1단 로켓을 회수할 예정이다. 사진=로켓 랩

미국 우주발사체 기업 로켓 랩이 선택한 방법은 헬리콥터를 활용한 회수다. 로켓랩의 일렉트론 로켓이 길이 17m에 불과한 소형위성 전용 로켓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다. 우주 전문매체 스페이스 닷컴에 따르면, 오는 19일(현지 시간) 로켓 랩은 26번째 로켓을 쏘아올린 후, 헬리콥터를 사용해 공중에서 1단 로켓(부스터)을 낚아채 회수할 예정이다.

‘데어 앤드 백 어게인(There and back again, 몇 번이든)’ 이라고 명명된 이번 임무는 뉴질랜드 마히아 반도 발사대에서 실시된다. 이날 발사되는 로켓에는 여러 회사의 34개 위성이 탑재돼 있다.

공중 회수는 지난 2020년 3월에도 진행된 적 있다. 당시에는 헬리콥터에서 로켓을 떨어뜨리고, 다른 헬리콥터로 낙하산을 펼쳐 갈고리로 걸어서 시도했다면, 이번에는 실제로 발사된 로켓 발사체를 회수하기 때문에 더 정교한 작업이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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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갈고리(노란색 원)로 주낙하산과 보조낙하산 사이 줄을 잡아채는 시뮬레이션 이미지. 사진=로켓 랩

이륙 후 2분 30초, 1단 로켓과 2단 로켓이 분리된다. 2단은 탑재물을 싣고 궤도로 이동하고, 동시에 1단은 보조낙하산과 주낙하산을 펼쳐 속도를 줄이며 지상으로 떨어진다. 이 과정에서 시속 8000km로 떨어지던 1단 로켓은 시속 35km까지 감속한다.

헬리콥터는 로켓 발사 약 1시간 전에 배치된다. 포획 지점에 부스터가 들어서면 헬리콥터는 특수갈고리를 이용해 1단 로켓의 낙하산 줄을 잡아챈다. 이후 이를 육지로 운반해 적합성 평가를 포함한 재사용 여부를 평가한다.

◇ 스페이스X, 스타십 발사와 캐치타워

재사용 우주발사체의 선두주자 스페이스X는 높이 145m에 이르는 초대형 발사대를 미국 텍사스 해안 마을 보카치카에 건설하고 있다. 이 발사대는 영화 속 괴물 고질라에서 이름을 따 ‘메카질라(mechazilla)’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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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발사대 로봇팔. 사진=스페이스X

이 발사대가 특별한 이유는 다른 발사대와 달리 로봇 팔이 달려있다는 점이다. 일명 ‘젓가락(Chopsticks)’으로 불리는 로봇 팔은 달·화성 이주용 우주선인 스타십을 우주로 쏘아 올린 뒤 지상으로 낙하하는 ‘수퍼헤비’ 로켓과 탐사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는 스타십을 잡아 다시 발사대에 거치하는 데 활용된다.

로봇 팔은 이미 지난 1월 2일부터 본격 테스트에 들어갔다. 로봇 팔이 적극 도입되면 착륙을 위한 다리가 필요 없기 때문에 무게와 그에 따른 연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지상에 내림과 동시에 연료를 주입하고 발사대에 장착해 1시간 정도면 재발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머스크 CEO가 전망했다.

◇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 · 블루오리진의 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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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1’ 미션에 투입된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이 유인 캡슐과 분리된 후 해상 바지선에 역분사 방식으로 착륙하고 있다. 사진=스페이스X 유튜브 캡쳐

스페이스X는 로켓 재사용을 개척한 기업이라고 평가받는다. 현재는 로켓 중 1단 추진체를 재사용하는데 머물러 있지만 머스크 CEO는 향후 초대형 우주선 스타십을 재사용해 1회 발사당 비용을 1000만달러까지 줄이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다. 스페이스X는 로켓 10회 재사용이라는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민간 기업 중 로켓 회수를 가장 먼저 성공한 기업은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이다. 2015년 11월 블루오리진은 1단 로켓 '뉴 셰퍼드' 발사체 회수에 성공했다. 한 달 뒤, 스페이스X가 ‘팰컨9’을 지상에 수직 착륙시키며 성공적으로 로켓을 회수했다.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모두 사람이 탑승하는 유인캡슐과 1단 로켓을 재사용한다. 유인 캡슐은 낙하산을 이용해 감속하며 지상에 도달한다.

1단 로켓은 역분사 방식으로 지상이나 해상 바지선에 착륙한다. 한국 시각으로 9일 오전 0시 17분 발사된 민간 우주인 미션 Ax-1의 팰컨9 로켓 역시 예상했던 해상 바지선에 정확히 착륙해 환호를 받았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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