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언론 "삼성 등 韓 기업, 러시아서 딜레마 빠져"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 사업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는 일본 언론의 분석이 제기됐다. 스마트폰, TV 등 주요 품목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한 러시아에서 철수하면 이윤 감소는 물론 중국 기업에 시장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봤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기업들이 잇달아 사업 철수에 나서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명확한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상황을 주시하는 한편 사업 영향을 최소화해 대응할 것”도 언급했다고 전했다.

애플, 구글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은 지난 2월 전쟁 발발 이후부터 사업중단과 러시아 시작 철수를 선언하고 있다. 삼성은 3월 5일 물류망 문제를 이유로 러시아 수출을 중단했다. 하지만 닛케이는 삼성이 적극적 철수 태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명확한 정치적 입장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봤다. 이를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고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삼성은 러시아에서 연 4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 중이다. 스마트폰 및 가전 전체 매출 중 3% 수준이다. 현지에 TV 공장을 세우면서 주요 수익사업으로 키웠다. 삼성이 러시아 시장 철수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배경이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러시아 시장에서 삼성을 턱 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부상도 사업 중단 결정을 주저하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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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DC에 따르면 삼성은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34%를 차지,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26%인 중국 샤오미, 3위는 15%인 미국 애플이다. 애플이 러시아 사업을 전면 중단한 것을 감안하면 삼성 이탈 시 샤오미가 전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TV 시장에서도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TCL 등을 비롯한 중국 제조사들이 삼성을 따라잡기 위해 힘을 쏟는 형국이다.

닛케이는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다른 한국기업들도 삼성과 같은 딜레마에 빠졌다고 전했다.

LG전자는 냉장고, TV, 세탁기 등 러시아 가전 시장에서 삼성과 경쟁 중이다. 현재 물류난을 이유로 러시아 수출을 중단한 상태다. 현대차는 지난해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독립국가공동체(CIS) 지역에서 전체 판매 대수 6%에 달하는 38만대를 판매했다. 현지 업체와 시장 1위를 두고 경쟁 중이다.

러시아 액화천연가스(LNG)선을 건조하는 한국조선해양, 북극권의 LNG 플랜트를 맡는 삼성중공업, 초코파이로 유명한 오리온 등도 그동안 러시아 사업에 주력했다.

닛케이는 현재 기준 러시아 시장 철수를 발표한 한국 대기업이 없다고 전했다. 각사가 러시아가 발생시킨 전쟁이라는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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