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를 비롯해 유통업계를 둘러싼 규제가 그물망처럼 촘촘하다. 대규모유통업법, 유통산업발전법 등으로 제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등 새로운 규제가 기다리고 있다.
여당에서는 이들 기업을 옭아매는 입법을 수차례 반복했다. 정부는 불공정거래를 빌미로 기업들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 기업이 사회적 역할과 상생을 위해 노력한 점은 대개 무시됐다.
지난달 17일 경기도 용인 이마트 죽전점에 '카페마을' 1호점이 오픈했다. 실버세대와 청년층·중장년층 접점 공간인 대형유통매장 내 실버세대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사업이다. 총리실 주관으로 정부와 신세계그룹이 협업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부겸 국무총리는 기업과 정부, 지자체가 협업해서 추진한 최초의 사업모델이라고 치켜세웠다. 정부는 향후 홈플러스 등 다양한 대형유통사와 협업해서 사업을 지속 확장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유통산업발전법 아래 발전이 아닌 규제에 놓여 있다. 영업시간 단축과 의무휴업이 대표적 예다. 이로 인해 혜택을 봐야 할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은 매출 상승 없이 고용도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유통기업은 매출이 급감했고, 부실한 매장은 철수해야 했다. 인구 140만명이 넘는 광주지역에는 소상공인과 시민단체 반대로 복합쇼핑몰이나 창고형 할인매장이 들어올 수 없었다.
e커머스업체들은 지자체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쳤다. 그 가운데 쿠팡의 활동이 눈에 띈다.
쿠팡은 같은 달 24일 대구 달성군 대구국가산업단지에서 대구FC 준공식을 열었다. 총 3200억원 이상이 투자된 대구FC 규모는 축구장 46개 크기와 맞먹는다. 연면적 33만㎡(약 10만평)에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의 초대형 물류센터다. 단일 물류 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쿠팡은 지난 2년간 전북 완주, 경남 창원과 김해, 충북 청주, 부산 등 지자체와 MOU를 맺고 전국 10개 지역에 1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해서 신규 물류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한 지역 일자리도 1만3000여개가 생겨날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6월 쿠팡 본사에 공정위 시장감시국 직원들이 들이닥쳤다. '알고리즘 조작을 통한 자사 제품 우대'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포착했다며 대대적인 현장 조사를 했다. 시장조사국은 온플법 제정을 주도하는 부서다. 이와는 별도로 쿠팡은 그해 8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과징금 33억원을 얻어맞았다. 쿠팡은 '갑질 기업'이란 오명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e커머스업체들을 위협하는 법은 온플법이다. 방통위, 공정위, 과기정통부가 서로 자기 권한이라며 맞서고 있는 규제다. 특히 공정위 안의 경우 플랫폼 업체들이 검색 알고리즘, 수수료 부과 기준 등이 포함된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영업비밀 유출 우려가 있다. 유럽에서는 글로벌 공룡 플랫폼 기업을 규제해서 자국 산업 보호와 함께 과도한 시장장악력을 막기 위한 법안이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우리 기업을 옥죄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 맞설 경쟁력을 보유한 토종 기업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다. 역동성과 혁신이 발휘될 수 있도록 규제 최소화에 나서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공약했다. 실천만 남았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