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등장으로 촉발된 지급결제 시장 변화는 코로나19로 일상화되어 소비와 결제 행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간편결제 내 선불충전, 제로페이 등 비카드 직불결제 수단이 확대되고 있고, 이에 따라 전자금융업자(전금업자), 이커머스 업체가 기존 전통 금융사 영역이던 지급결제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전통 금융사는 생존까지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내몰렸다.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정부와 금융당국도 일부 책임이 있다. 그간 정부와 금융당국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언급하며 전금업자의 무분별한 금융업 진출을 용인했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들의 과도한 행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통 금융사 역시도 '동일 기능 동일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개진하고 있다.
◇“금융사-빅테크,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 바로 잡혀야”
금융권은 5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이 바로 잡히길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네이버가 자회사를 통해 기존 금융사 주요 산업을 장악하면서 기존 사업자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언급하면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실제 카드업계가 최근 카드 수수료 인하 과정을 거치면서 빅테크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 윤 당선인이 '석열씨의 심쿵 약속'을 통해 “영세 소상공인에게 적용되는 간편결제 수수료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면서 “빅테크 금융업 규율에 대한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적용 원칙에 따라 간편결제 수수료도 신용카드 등과 같이 준수 사항을 정할 계획”이라고 공약하면서 향후 카드 수수료 부분에 있어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당시 윤 당선인은 빅테크 결제 수수료가 카드사 결제 수수료보다 3배 높다고 지적하면서, 카드사와 달리 빅테크가 자체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하는 것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는 윤 당선인이 카드사들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마다 산정되는 '적격비용'을 기반으로 영세 소상공인에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듯, 빅테크 수수료 책정 과정에서도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카드사들은 현재 3년 주기로 가맹점들과 협상을 한다.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과 연매출 3억~30억원 이하 중소 가맹점의 경우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마다 수수료율을 재산정한다.
문제는 여전법상 3년 주기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조정하는 카드사와 달리 빅테크는 이런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자체적으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언제든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런 비판이 제기되면서 빅테크들이 올해 1월 말부터 가맹점 수수료율도 낮췄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1월 31일부터 가맹점 규모에 따라 영세 0.3%P, 중소사업자 0.1~0.2%P씩 수수료를 낮췄다. 네이버파이낸셜도 영세 사업자의 주문관리 수수료율을 2.0%에서 1.8%로, 결제형 수수료율은 1.1%에서 0.9%로 인하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과도한 정부 개입이 시장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동일행위-동일리스크-동일규제'라는 대원칙이 지켜져야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새로운 혁신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를 잠정 완화하기도 한다”면서 “완화된 규제는 경쟁을 촉진하지만 시장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고, 강력한 규제는 시장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디지털 전환 속도를 늦춰 금융산업 경쟁력을 저하할 수 있다”면서 신중론을 제기했다.
◇“전금업법 개정 시급, 핀테크 목소리에 반응해야”
핀테크 업계의 염원인 전금법 개정도 시급한 과제다. 핀테크 업계는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춰 창업 활성화를 유도하고 스타트업이 홀로 설 수 있도록 시급히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은 지난달 취임식에서 “규제 혁신과 이(異)업종 교류를 통해 핀테크 산업을 성장시키겠다”면서 “전금법 개정안 통과 외에 본인신용관리업(마이데이터) 서비스 영역 확대, 망분리 규제의 합리적 완화 등에 힘쓰겠다”고 했다.
실제 국내 핀테크 산업은 글로벌 핀테크 기업과 비교했을 때 규모에서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전 세계 핀테크 유니콘 94개 기업 중 국내 기업은 토스 1개다. 핀테크 산업 반전 순위도 둔화하는 등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전금법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실제 핀테크 업계는 정치권에 전금법 개정 등을 포함한 9대 핀테크 규제 핵심 과제를 전달하기로 했다.
우선 필요한 핵심 과제는 디지털 금융의 기본법인 전금법 개정이다. 핀테크 업계는 전금법으로 인해 창업의 벽이 높아져 핀테크 산업 활성화가 어렵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망 분리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금융권 망 규제는 핀테크 업체 숙원 과제지만 수년째 지지부진했다. 업계는 망 분리 의무 적용 대상 범위를 축소하고 망 분리 규제 적용 예외사유를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핀테크 업계에 사정에 맞는 '스몰 라이선스'도 적극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라이선스 제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진입 문턱 역시 높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전금업 라이선스를 얻기 위해선 △전자고지결제업(EBPP)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결제대금예치업(ESCROW) 등 관련 사업에 대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신속 처리를 위해 샌드박스 신청 처리 기간 법제화 및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을 요구했다.
온라인 금융플랫폼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금융상품 중개 라이선스 신설을 요구했다. 금융상품 판매 채널의 급격한 디지털 전환 현상을 뒷받침하는 합리적인 온라인 금융플랫폼 규율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