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없는 해외법인 자회사 둔갑
9000억원 상당 영업익 부풀려
금감원 “관련 내용 살펴볼 계획”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현대캐피탈이 발표한 해외사업부문 영업이익 현대캐피탈이 해외법인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고 발표한 가운데 이상한 셈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실상 지분이 1%도 없는 해외법인을 자회사로 둔갑시켜 9000억원 상당 영업이익을 부풀렸기 때문이다.
17일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해외사업 부문에서 9월 말 기준 1조5000억원 영업이익(세전이익)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영업이익(세전이익)인 8500억원의 2배에 육박하는 수치로 국내 금융업계에서도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홍보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장기화와 자동차 반도체 수급난에도 불구하고 현대캐피탈이 해외사업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고 덧붙였다. 현대캐피탈이 발표한 내용을 뜯어보면 전체 해외사업 실적 상당수가 해외법인인 '현대캐피탈 아메리카(HCA)'가 견인했다는게 핵심이다.
현대캐피탈은 HCA가 지난해 9월 말 기준 약 8720억원 영업이익(세전이익)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125% 이상 성장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같은 기간 자산도 26% 이상 증가했고 전체 고객의 80% 이상이 '우량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해당 해외법인인 HCA는 현대캐피탈 지분이 0이다. 자회사가 아니다.
현대캐피탈은 해당 회사를 자회사로 둔갑시켜 회사 사상 최대 해외실적을 기록했다고 홍보했다. 엉터리 지분법에다 실적도 전혀 상관없는 회사를 끌어들여 사실상 뻥튀기했다는 의혹이다.
전자신문 취재 결과 현대캐피탈은 HCA에 경영 자문을 하고 자문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현대캐피탈이 HCA 영업이익을 자체 해외법인 실적에 포함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 금융권 설명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현대캐피탈의 '타법인출자현황'을 봐도 현대캐피탈 자회사로 전체 해외사업 실적을 견인했다는 HCA의 지분은 1%도 공시되지 않았다. HCA 지분을 100% 가진 회사는 기아자동차 자회사인 기아 모터스 아메리카 주식회사다. 현대캐피탈과 무관한 기아차 손자회사 격인 셈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지분을 1%도 가지지 않은 회사를 자회사로 포함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발표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면서 “해당 일이 사실이라면 지배구조법상 문제가 될 소지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현대캐피탈 이상한 실적 셈법을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보면 HCA의 경우 현대캐피탈 지분이 없고, 현대·기아차가 미국 법인을 통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는 구조”라면서 “관련 내용에 대해 금감원 차원에서도 문제 소지가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