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핀테크로 불리는 금융기술 혁신이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켜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투자 기법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중에도 음원, 부동산, 미술품, 시계 등 고가 실물자산을 온라인에서 지분으로 분할·판매하는 '조각투자(fractional investments)'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리츠 등 형태로 오프라인에서 오랫동안 존재하던 투자형태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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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처음 조각투자 플랫폼 시장을 개척한 곳은 '뮤직카우'다. 세계 최초로 음악 저작권료 시장에 일반인도 소액 투자할 수 있는 모델을 선보였다. 뮤직카우는 2017년 음악 저작권에 소액 조각투자가 가능한 시대를 개척하기 위해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라는 개념을 개발했다. 음악을 단순히 듣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닌 내가 사랑하는 아티스트 곡에 투자자로 참여해 직접 새로운 음악의 가치를 만들고, 이를 통해 음악 업계 발전에 모두가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올해 2월 기준 뮤직카우 누적 가입자 수는 100만명을 돌파했다. 누적 투자 거래액도 3399억원을 넘어섰으며 투자자 연령대 또한 전 연령층으로 퍼져가고 있다. 2030세대가 55%, 4050세대가 40% 비중을 보였다. 현재 뮤직카우에서는 1000여곡 음원이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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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도 지원한다. 뮤직카우는 음원이 처음 공개돼 거래되는 '옥션'을 통해 상승된 금액의 최대 50%를 원저작권자에게 음악 생태계 지원금으로 전달하고 있다. 음악 종사자들은 이를 통한 경제적 지원으로 다시금 창작 동기를 얻는 선순환을 가져오고 있다.

음악 저작권은 전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투자 수단이 되고 있다. 경제, 사회적 이슈에 따라 영향을 받는 주식, 금 등 여타 자산과 달리 음악 스트리밍 시장이 확대될수록 더 많은 기회를 가져오는 특징에 투자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2018년에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음악 저작권 투자 펀드 '힙노시스 송 펀드'의 경우 엘튼 존, 비욘세 등 유명 아티스트 매니저로 활동했던 머크 머큐리아디스가 만든 펀드로 지난해 3월 기준 시가총액이 2조190억원에 달했다. 또 지난 10월에는 미국 대형 사모펀드(PEF) 중 한 곳인 블랙스톤이 영국 음원 투자회사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뮤직카우를 향한 펀드업계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스틱인베스트먼트와 국내 최대 규모인 3000억원 수준 음원 투자 펀드 조성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뮤직카우는 산업은행, LB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 등에서 34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 국내 증시 상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뮤직카우의 새로운 투자 모델에 국내외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금융당국 시선은 차갑다. 우선 뮤직카우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 기존 법상 어느 테두리에 담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기존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뮤직카우는 현행법에 따라 '전자상거래업 및 통신판매업' 사업자로 분류돼 있다. 이로 인한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뮤직카우는 지난해 3월 이용자가 안심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 지정을 위한 수요조사를 신청했으나 1년 가까이 묵묵부답이다.

그 사이 금융당국의 규제 칼날은 뮤직카우를 향했다. 아직 본 서비스의 실체가 증권법 산하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결정되기도 전에 이용자 보호를 할 수 있는 법이 없다며 현장조사 실시 등 입장만 내비치고 있다.

정부부처 간 의견도 갈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뮤직카우를 예비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했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지난해 11월 뮤직카우의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 민법상 자산에 해당해 이를 사고파는 것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 올해 9월부터 국내 주식 시장에서도 소수점 거래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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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와 투자자들 볼멘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난 2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증권성 검토위원회'가 열렸다. 뮤직카우가 자본시장법상 증권인지 여부를 공식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뮤직카우를 비롯해 조각투자 스타트업들은 위원회 움직임에 모두 예의주시하고 있다. 명확한 정부 입장이 나와야 안정적으로 사업을 펼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조각투자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투자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들이 미흡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혁신은 항상 리스크를 동반하고, 무조건 리스크만 강조하면 혁신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