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의 딸인 에이다 러브레이스는 19세기 여성이 이과 교육과 무관하던 시절임에도 딸의 수학적인 재능과 열정을 알아차리고 재능을 길러 준 엄마 덕분에 당대 유명한 수학자에게서 교육받을 수 있었다.
에이다는 당시 유명한 찰스 배비지라는 수학자를 만나게 됐고, 배비지가 개발한 획기적 계산기인 해석기관에 복잡한 과정을 일련의 명령문인 알고리즘을 구현해 주석에 추가했다. 이 명령문이 역사상 처음으로 작성된 컴퓨터프로그램으로 인정받았다.
에이다, 즉 여성이 세계 최초의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으로 에이다는 당시 산술 목적으로 사용됐던 해석기관 기능을 확장해 글자나 이미지, 음악 같은 것을 연산으로 변화하고 처리할 때 이 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는 컴퓨터 기계의 다양한 용도를 예상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에이다 예측은 150년이 지난 현재 모든 것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최근 인공지능(AI), 자동차, 클라우드, 데이터 등 중요한 트렌드가 디지털 대전환을 가속하며 사회 곳곳에서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서 기업이나 개인에게도 창의성과 유연성이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여성이 가진 창의성과 유연성은 디지털 전환을 리드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며, 정보기술(IT) 여성 기업인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필자 역시 전자계산기공학과(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며 IT 분야에 입문해 SW 개발자, 교수, 기업인, 보안전문가 등 30여년 동안 다양한 역할을 해 왔다. 두 번의 창업, 인수합병, 해외법인 설립 등을 경험하며 여성의 창의성과 유연함이 큰 장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모든 산업이 SW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계, 사회 전반에 SW 개발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SW 인력난은 매우 심각한 상태다. 특히 게임, 플랫폼 기업을 포함해 대기업이 인력을 싹쓸이하고도 인력난을 겪고 있어 SW 기업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SW 인력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이들은 사업 추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향후 5년간 SW 인력 수요가 35만3000명이 부족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전망치를 훨씬 뛰어넘는 SW 개발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기업인 단체나 대학교, 관련 기관 등에서도 100만 SW 인재 양성 등을 역설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일한 여성 IT 기업인 단체인 사단법인 IT여성기업인협회는 IT 관련 여대생, 경력단절여성 등 교육을 통해 SW 개발자를 양성, 배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메타버스, 게임, 콘텐츠, 미래자동차, 보안,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협회는 최근 10년간 IT 관련 여대생이나 경단녀의 멘토링, 리더 교육, 기술사업화 지원 등 사업을 통해 4000명이 넘는 SW 여성 인재를 양성, 배출해 왔다.
21년째를 맞이한 2022년은 여성 IT 인재 양성을 통한 스케일업을 핵심 전략으로 정하고 기업주도형 디지털 인재 양성 교육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자원은 여성 자원밖에 없다는 말처럼 IT 여성 인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심각한 SW 인력난 해소에 큰 열쇠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IT 여성 인재 양성 교육 확대를 통해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소하고 IT 여성 기업의 성장 기회로 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에이다의 창의적이고 유연한 예상이 150년 후에 현실이 돼 재조명된 것처럼 많은 여성 SW 인재 양성을 통해 제2의 에이다가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박현주 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시옷 대표 hjpark@ciotsecuri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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