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명의 완성은 제도혁신이다. 기술혁신은 창조적 파괴와 건설을 동반한다. 기술혁명은 새로운 수많은 혁신, 창조적 건설을 품을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지난 산업혁명의 승자는 제도혁신을 이룩한 국가였다, 4차 산업혁명, 탄소중립,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등 거대한 변혁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거대한 변혁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가치, 전략을 담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사고방식, 거버넌스, 법과 제도의 형성과 작동이 필수적이다. 대한민국은 산업화 시대 성공 패러다임을 버리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고유한 패러다임을 만드는 제도혁신을 이루어야 한다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산업 대전환을 위한 제도혁신이 시급하다.
제도혁신은 도덕, 법률 등 규범이나 사회구조 체제의 혁신을 일컬으며 산업 대전환을 위한 제도혁신은 기술혁신 친화적인 규범과 구조의 형성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자유롭게 창출, 성장해 나가는 패러다임을 구성하는 것이다. 경제학자 칼를로타 페레즈는 “개인과 기업,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전환기 이후 활용기라는 황금시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의 잠재력을 이해하고 실현되도록 하는 법과 제도의 마련이 긴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8세기부터 증기기관 발명으로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권리를 두껍게 보호하는 현대 특허제도를 세계 최초로 마련한 영국을 중심으로 꽃 피우기 시작했다. 유럽의 수많은 혁신가들이 영국으로 몰려왔다. 영국은 기술혁신, 산업발전 중심지가 되었고, 세계 경제를 주도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에 진행된 전기화라는 2차 산업혁명은 세계 최초 특허심사체제를 갖추고 친특허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미국이 중심지가 되었다. 이어서 20세기 후반에 나타난 정보화라는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관련 특허인정 판결 등 새로운 기술혁신을 적극 수용·촉진하는 친특허 제도를 마련하고 추진한 미국이 다시 중심지가 되었고 미국은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패권국가 지위를 유지하였다. 21세기 초반 디지털화, 지능화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렸다. 지난 산업혁명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홀로그램 등 지능화 시대 핵심 신기술을 확보·확산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고 정착·확산시킬 것인가에 국가의 운명이 달려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은 지능화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의 권리화 기반 마련과 신산업 창출, 산업 전환 등 기술혁신을 담아낼 제도혁신에 주력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그리고 새로이 형성되는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한국 고유의 경쟁력과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통해 전략적 가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를 지니고 있다. 이제 새로운 기술혁신을 뒷받침하는 법과 제도, 정책과 거버넌스 혁신인 기술친화적 제도혁신이 시급하다. 대한민국은 산업화 시대 추격자로서의 사고와 규범을 버리고 지능화 시대 주도 국가로서의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창의, 경험, 맞춤형 인재양성 중심의 인력공급제도 혁신, 디지털 지식재산권(IP) 도입과 전략기술, 도전혁신형 연구개발(R&D) 중심 국가 IP 및 R&D 제도 혁신, 중장기 예산확보, 전략산업 투자 확대 중심의 예산제도 혁신, 혁신과 규제 간극 최소화 중심의 규제 혁신, 산업부, 과기정통부, 국토부, 중기부 등 부처간 연대와 협력 중심의 정부 거버넌스 혁신 등을 제도혁신 과제로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경제의 정치화 방지, 중장기 효과 극대화, 도전과 축적의 최대화 등 원칙을 유지하고 공정경쟁 확보, 투자환경 조성 등을 실현하는 교육·노동·환경·사회·경제구조 혁신은 제도혁신 필수 과제다.
제도혁신은 새로운 시대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 실행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최근 크게 부각되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제도혁신의 좋은 사례다. ESG가 한순간 유행하는 단순한 기법인지 새로운 시대를 주도하는 대안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글로벌 기업의 탄생은 기술혁신을 통한 제품과 서비스의 양과 질 혁신만 아니라 금융투명성 확보라는 당시 공익목적 달성을 위해 100년 넘게 지속 보완하고 발전시켜온 재무보고서, 증권거래위원회 설립 등 회계시스템 정비라는 제도혁신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리베카 헨더슨 하버드 대학교 교수는 자본주의를 바꾸려면 회계부터 바꾸어야 하며 자본주의의 지속 발전을 위한 대안으로 ESG를 제시하고 있다. 자본주의 탄생 이후 기업 영향이 지속 확대돼 절대적 수준으로 확대되었고 환경 파괴, 경제적 불평등 등 공공문제도 지속 심화되면서 시장, 기업, 정부 간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게 되었다. 리베카 헨더슨 교수는 기업의 역할에 주목하고 기업의 목적, 조직, 평가를 바꾸고 공익이 공동의 편익, 비용으로 명시화되어 시장에서 평가받고 성장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ESG 경영과 정부의 제도형성으로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SG는 기업경영 평가지표의 전환에서 출발해서 기업의 목적, 조직, 평가의 전환을 포함하는 제도혁신 과제이자 나아가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하여 자본주의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는 제도혁신 과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ESG는 새로운 시대의 발전을 이끌어 나갈 제도혁신 과제로서 정부와 민간은 ESG 정착 및 확산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2012년 필름 카메라의 대명사 코닥은 파산신청을 했다. 코닥은 디지털 사진 기술을 보유하고 세계 최초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인 디지털 기술을 휴대폰에 접목하는 제도혁신을 이룩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기업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기술혁신과 함께 이를 담아내고 성장시킬 제도혁신이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이 열어 놓은 새로운 기술혁신 시대, 탄소 중립으로 새로운 산업구조로의 개혁이 절실한 시점, 그리고 미중 분쟁에 따른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으로 우리에게 추가로 주어진 시간 속에서 대한민국은 대대적인 제도혁신을 통해 산업 대전환을 이룩해야 한다. 제도혁신이 시급하다.
성윤모 한국산업기술대학 이사장(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yunmosung@naver.com
* 리베카 헨더슨 교수는 기업 목적은 주주우선·이익극대화에서 이해관계자·중장기 공유가치 중심으로, 기업조직은 인간중심의 자율적 참여조직으로, 기업평가는 환경·사회·지배구조 3대 지표 중심으로의 전환을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시장중심의 무한경쟁에서 경제주체 간 협력으로 전환하고, 자율규제와 협력을 비용으로 명시화하고 처벌로 연계되는 정부의 제도형성과 ESG 경영 확산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