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상도 메타버스, 우리가 구현합니다" 4K 패널 개발 벤처 '메이'

현실과 똑같은 경험을 가상세계에서 제공하거나 가상세계의 경험을 현실로 옮기는 '메타버스' 기술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애플이 현실과 가상세계 간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하드웨어를 개발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글 스마트글라스나 오큘러스 가상현실(VR)을 뛰어넘는 경험을 제공하는 기기가 등장할지 한껏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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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헤드셋(자료: 메이)

메타버스 구현 핵심 요소는 디스플레이다. 눈앞에 실제와 같은 가상세계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작고, 가벼우면서 고해상도를 구현하는 디스플레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국내 벤처가 이 분야에 과감한 도전장을 던졌다. 풀HD의 4배, 즉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초소형(마이크로) 패널을 개발해 새로운 메타버스 구현을 꿈꾸고 있다.

주인공은 '메이(May)'다. 경기 동탄에 위치한 회사는 엘코스(LCoS) 기술 기반의 4K 패널을 개발했다. LCoS는 '실리콘 위 액정(Liquid Crystal on Silicon)'이란 뜻의 영어 약자로, 말 그대로 실리콘웨이퍼에 액정을 배치한 패널이다. 웨이퍼 상에서 만든 LCD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LCoS 패널은 일반 디스플레이와 같이 적녹청(RGB) 화소로 구성된 패널인데, 크기가 1인치도 안 되면서(0.62인치) 4K 해상도를 지원한다. 4K는 가로 3840개, 세로 2160개, 총 830만개에 달하는 픽셀로 구성된 디스플레이다. 이런 수백 만개의 픽셀을 0.62인치 크기 초소형 패널에 담을 수 있었던 건 반도체 기술을 활용해서다. LCoS가 반도체를 만들 때 쓰는 실리콘 웨이퍼를 사용하는 이유다.

장동환 메이 전무는 “픽셀 크기가 3.6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며, 인치 당 픽셀 수는 7100PPI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PPI는 숫자가 높을수록 동일면적 대비 픽셀 수가 많은 것으로, 보다 정교하고 섬세한 이미지 표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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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K LCoS 패널(메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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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oS 패널들(메이 제공)

전 세계 LCoS 패널을 만드는 회사로 일본 소니와 미국 옴니비전이 있다. 소니 제품은 주로 피코 프로젝터로 불리는 초소형 프로젝터에, 옴니비전은 VR 및 증강현실(AR)용 제품으로 상용화되고 있다. 그러나 단일 패널로 4K 구현한 제품은 아직 발표된 바 없다. 메이가 4K 패널을 목표하고, 세계 최초 개발에 나선 배경이다.

메이는 설립 5년밖에 안 됐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경력이 남다르다. 중견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셀코스 사업부로 출발했다. 셀코스는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스퍼터링·증착·진공물류 시스템 등을 만드는 회사다. 디스플레이 장비 기술을 기반으로 LG반도체, 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에서 근무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인력들이 뭉쳐 LCoS를 개발했다. 셀코스와 시너지로 메이는 벤처 기업임에도 전 세계 몇 안 되는 LCoS 양산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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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oS 특징과 개념도(메이 제공)

메이 LCoS는 중국서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다. 메타버스가 새롭게 부상하면서다. 또 패널을 활용하면 200인치 이상 초대형 프로젝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기술로 개발한 기술인 만큼 완제품까지 국산화를 먼저 하는 것이 목표다. 백우성 대표는 “LCoS가 과거에는 명암비·수율이 단점으로 지적됐지만 그동안 많은 개선과 기술 발전이 있었다”면서 “연말에는 8K 패널을 만들어 기술격차를 벌리고, 메타버스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이는 올해 초 열린 CES에 이어, 3년 만에 스페인에서 열리는 MWC에도 참가한다. 국내외 기술을 적극 알려 상용화를 이룬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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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CES 전시회에서 관람객이 4K 헤드셋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메이 제공)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