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디지털전환(DX) 속도가 더딘 것으로 평가받는 일본에서 '초등학생 개발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진보한 기술을 접하며 자라난 이른바 '알파(α) 세대'가 인공지능(AI) 기반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고 교육 기업을 설립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가 지난 2020년 자국 초등학교에서 코딩 교육을 필수화한 이후 우수 개발 능력을 갖춘 어린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를 접하고 교육 과정에서 코딩을 배운 α세대가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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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일본 규슈 오이타시에 거주하는 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은 최근 손 모양을 카메라에 비추면 AI가 청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지문자' 종류를 알려주는 앱을 선보였다. 엄지손가락을 세운 후 옆으로 기울이면 모니터에 일본어 히라가나의 '아'(あ)가 나타나는 형태다. 닛케이에 따르면 개발자는 어린이를 위한 코딩 프로그램 스크래치로 해당 앱을 개발했다. PC에 부착된 소형 카메라로 손가락 사진 350여장과 지문자를 AI에 학습시켰다.

또 다른 초등학생은 애플 아이패드에서 구현하는 '방재 검색' 앱을 만들었다. 지진 등 천재지변 발생 시 붕괴 위험이 있는 기와, 지붕 등을 찾아내는 증강현실(AR) 서비스다. 해당 앱도 스크래치와 별도 촬영한 이미지 수백 장을 AI에 입력해 취약 부분의 특징을 배우도록 했다.

도쿄에서는 12살 초등학생이 '프리스쿨'을 창업했다. 개인 사정으로 등교하지 않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배움을 지원하는 민간시설이다. 2019년부터 프리스쿨을 다닌 창업자는 자신에게 맞는 시스템을 찾기 어렵다고 생각해 직접 배움터를 만들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50만엔(약 518만원)을 모아 2020년 프리스쿨 '유자 랩'을 발족했다.

닛케이는 디지털 기술이 한층 널리 보급되는 미래에는 참신한 창의력이 새로운 부가가치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사회가 재능 있는 어린이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코딩'이 어린이들의 숨은 재능을 외부로 표출하도록 하는 핵심 도구라고 봤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