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정부가 ESS 사고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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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미국 'NEC에너지솔루션'의 지분 100% 확보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스템통합(SI) 시장에 진출한다. 배터리 업체가 SI사업에 뛰어든 첫 사례다. ESS용 배터리만 공급했던 것에서 앞으로 배터리와 관련 시스템, 전력변환장치(PCS) 등으로 구성된 ESS 완제품과 설비 구축, 유지·보수 등 사후 관리까지 전방위 사업에 나선다. ESS SI 사업을 통해 계약과 책임·보증 일원화를 통해 품질 안전·신뢰성을 입증해 보이겠다는 목표다. 결국 핵심 사업인 배터리를 더욱 많이 팔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LG는 ESS용 배터리 역량 강화를 위해 국내 처음으로 리튬인산철(LFP)까지 개발해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전략까지 내놨다. ESS 시스템통합 신규 사업에다, 삼원계(NCM)에 이어 LFP 배터리까지 확보하면 시장 경쟁력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가 세계 ESS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우리는 이미 막강한 존재다. SK온도 2014년에 중단했던 ESS 배터리 사업 재개를 선언하면서 올해부터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배터리 3사의 공격 행보는 ESS 배터리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블룸버그NEF는 세계 ESS시장이 2020년 17GWh, 2021년 33GWh 규모로 늘었고 2030년 358GWh까지 늘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못지않게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그렇지만 안방 ESS 시장은 2019년 이후 성장이 멈춘 상태다. 배터리 업계 중에는 국내 ESS 사업 조직을 축소하거나 없앤 곳도 있다. 2017년부터 전국에서 발생한 모두 34건의 ESS 화재 사고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원인 규명과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업계가 납득할 만한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산업부 '2021년 전기설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총 ESS 설비용량은 9863MWh로 지난 2020년 9503MWh에서 단 3.8%(360MWh)만 증가했다. 2020년(9503MWh)에는 2019년 총 ESS 설비용량 6637MWh보다 43.2%(2866MWh)로 급증한 것과 비교할 때 성장률은 10분의 1 수준이다. 최근에 각종 국가사업에 'ESS'라는 이름이 등장한 건 보지 못했다.

ESS시장이 멈추면서 덩달아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멈춰 섰다. 신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계통에 보낼 수 없어 중단된 사업도 많고 태양광·풍력 발전소에 생산된 대규모 전기는 그냥 버려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전력 수급 불균형으로 버려진 전기를 돈으로 환산하면 18억원이나 된다. ESS를 활용하면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저장할 장치가 없다 보니 그냥 버려졌다. 배터리 강국인 우리나라에 버려지는 전기가 있다는 건 창피한 일이다. ESS 화재 사고 때 정부는 두 차례나 조사위원회를 꾸렸지만 원인이나 책임소재도 규명하지 못하고, 매번 모호한 결과만 내놨다. 규명도 대책도 내놓지 못해 아무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결국 ESS 사고 원인은 배터리가 아니라, 정부라는 생각뿐이 안든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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