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주식 가치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부당공모, 허위보고 등 혐의(공인회계사법 위반)로 기소된 재무적투자자(FI) 어피너티컨소시엄 임원 2명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계사 3명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10일 안진 임원 A씨와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안진 직원 1명과 FI 임원 2명에게도 모두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FI가 보고서 작성을 주도하고 안진은 FI 지시대로만 했다는 검사 측 주장을 전부 기각했다. 재판부는 “(안진이) 가능한 범위에서 다양한 가치평가 접근법을 적용한 것으로 보이고 FI에 유리한 방법만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검사 측이 제시한 핵심 증거인 이메일만으로는 공모와 허위보고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다고 결론내렸다. FI와 안진이 이메일을 주고받은 건 가치평가 업무에서 통상적인 상호 이해관계로 가치평가 방법, 인자, 비교대상 기업 등을 안진 스스로 독립적으로 수행했다고 봤다.
1심 판결에 따라 교보생명 입장이 난처해졌다. 이 형사재판이 2020년 4월 교보생명의 고발로 시작된 만큼 최대주주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2대 주주인 FI 갈등 국면에서 교보생명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기업공개(IPO) 지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FI 측은 무죄 선고 직후 낸 보도참고자료에서 “교보생명은 향후 주주 간 분쟁에서 물러나 국내 3대 생명보험사로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보생명은 입장문을 통해 “검찰 측이 항소해 항소심에서 적절한 판단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판결과는 무관하게 IPO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장기적으로 금융지주사로 전환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교보생명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갈등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FI는 비상장사인 교보생명 주식 24%를 인수하면서 IPO를 하지 않으면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IPO가 실현되지 않자 FI는 3년 후인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고 안진에 풋옵션 행사가격을 산정을 위한 가치평가 업무를 의뢰했다. 안진은 상대가치법을 적용해 교보생명 주식이 주당 약 40만9912원 가치가 있다는 가치평가보고서를 작성했다. 교보생명은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부정청탁과 공모가 있었다며 FI와 안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