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닷컴이 지난해 폭풍 성장하며 기업가치 10조원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수익성보다 거래액(GMV) 확대에 집중한 결과다. 상장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신세계그룹은 2조원이 넘는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0일 이마트 IR자료에 따르면 SSG닷컴의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 대비 22% 늘어난 5조7174억원으로 집계됐다. 목표치였던 4조8000억원을 넘어 6조원에 육박했다. 상반기까지 거래액 증가율이 10%대로 주춤했지만 4분기에만 24% 성장하는 등 하반기부터 속도가 더해졌다. 완전자회사 W컨셉까지 포함하면 전체 거래액은 6조445억원에 달한다.
SSG닷컴 IPO에도 탄력이 붙었다. 이날 SSG닷컴은 기존 투자자인 어피너티 컨소시엄으로부터 3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을 유치했다. SSG닷컴의 성장성이 입증되자 추가 출자에 나선 것이다.
SSG닷컴은 올 하반기 국내 증시 입성이 목표다. 상장 주관사 선정도 마쳤다. 시장에서 추산한 SSG닷컴 기업가치는 10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 상장 시 평가받은 주가매출비율(PSR) 2.5배를 반영한 수치다. SSG닷컴 역시 적자인 만큼 주가수익비율(PER) 대신 PSR 멀티플로 밸류에이션 수준을 따져야 한다.
SSG닷컴의 연간 거래액 6조원에 육박하면서 상장 시 시가총액도 최소 10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짙어졌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으로 국내 증시에 먹구름이 끼면서 SSG닷컴 밸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특히 쿠팡 주가 하락으로 PSR가 두 배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SSG닷컴이 같은 기준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SSG닷컴의 거래액 신장률이 국내 온라인 평균을 상회하며 5조원을 훌쩍 넘어서자 기업가치 10조원 전망에도 힘이 실렸다.
SSG닷컴은 거래액을 늘리기 위해 적자도 감수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079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가 610억원 늘었다. SSG닷컴은 e커머스 기업에 대한 기업가치 책정이 수익성보다 거래액을 기초로 한다는 점에서 성공적 IPO를 위해 몸집 키우기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SSG닷컴이 10조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상장에 성공할 경우 신세계그룹은 2조원 상당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무적 투자자의 추가 출자에 따라 이마트의 SSG닷컴 지분율은 45.58%, 신세계는 24.42%로 낮아졌다. 지배력 유지를 위한 최소 지분을 남겨도 구주 매출을 통해 2조원가량 조달할 수 있다. 이는 e커머스와 신사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된다.
SSG닷컴은 올해도 거래 규모를 키우기 위한 공격적 투자에 나선다. 대표적으로 비식품군 강화다. 올해 말까지 온라인 지역거점물류센터(RDC) 두 곳을 오픈한다. 모든 비식품 상품에 대해서도 전국 단위의 익일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SSG닷컴 핵심 경쟁력인 신선식품 배송도 강화한다. 쓱배송 투나잇 거점은 지난해 32개점에서 올해 61개점으로 확대한다. 쓱배송 투나잇은 온라인 주문 가능 시간을 최대 오후 7시까지로 늘리고 배송 완료 시간도 밤 12시 이전으로 확대한 서비스다. 이마트 점포 내 대형 피킹·패킹(PP)센터도 올해만 24개 추가해 총 31개점으로 늘린다. 협업 체계를 강화해 온·오프라인 완성형 에코시스템 플랫폼 기반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