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가상자산·자본시장 전반에서 산업 진흥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가상자산의 양도차익 기본공제를 주식과 동일하게 5000만원으로 상향하겠다고 공약을 내놓은 것도 윤 후보가 먼저다. 내년부터 가상자산 양도차익에 세금이 부과될 예정인데, 이후에도 더 많은 사람들이 가상자산 투자할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다.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는 두 후보 모두 방향성이 같다. 윤 후보는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공약에 포함했다. 코인 불완전판매, 시세조종, 자전거래, 작전 등 불공정 거래 행위 발생 시 조사 후 사법 절차를 거쳐 불법수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두 후보의 견해 차이는 가상자산공개(ICO) 관련 공약에서 나타난다. 이재명 후보가 ICO 허용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이라면 윤 후보는 거래소공개(IEO)부터 조건부 허용하겠다는 견해다. 무분별한 ICO는 지양하고, 시중은행 연계를 통해 실명계좌를 확보한 거래소가 중간에서 위험성 높은 프로젝트를 걸러내야 한다는 취지다.
IEO는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의 초기 배포 및 판매가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젝트 팀의 ICO를 거래소가 위탁받아 운영하는 형태로 볼 수 있다. 바이낸스가 운영하는 IEO 플랫폼 '런치패드'가 대표적이다.
디지털자산 정책 전반을 맡을 컨트롤타워 구축에도 윤 후보가 조금 더 적극적이다. 윤 후보는 차관급 정부기관인 '디지털산업진흥청'을 설립해 네거티브 규제 정책을 기조로 산업 진흥 목적이 뚜렷하다.
자본시장 과세 정책과 관련해서는 주식 양도세 폐지를 내세웠다. 현재 대주주에게 부과되는 양도세는 물론 2023년 도입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도 수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023년부터 모든 상장 주식 거래에 대해 연간 5000만원이 넘는 차익을 거둘 경우 양도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에 따라 증권거래세는 기존 0.25%에서 0.15%까지 낮추기로 했다.
양도세 도입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비과세 구간을 처음 제도 발표 당시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한 만큼 개인 투자자에게는 불리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개인투자자들 중 일부는 양도세가 도입되면 시장이 급락할 우려가 있다며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양도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부과하는 것에 대해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양도세는 손실을 볼 경우 5년간 이를 공제하지만 거래세는 손익과 무관하게 거래에 부과되는 만큼 손실을 봐도 세금을 내야 한다.
윤 후보는 당초 지난해 말 '1000만 개인투자자를 위한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을 발표하면서 주식 양도세 도입에 맞춰 증권거래세를 전면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 4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우리나라 증권시장이 좋지 않으므로 양도세는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는 현행으로 돌려야 한다”고 공약을 바꿨다. 그는 “양도세 폐지는 개인 투자자들이 원하는 공약”이라며 “주식시장에 큰 손이 들어와야 주가가 오른다”고 주장했다.
상장사가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한 뒤 별도 상장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소액 주주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고 봤다. 윤 후보는 “일부 기업에서 핵심 신산업 분할을 결정하면서 주가가 하락해 투자자들이 허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 측은 신산업을 분할해 별도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할 방침이다. 증권 범죄 수사와 처벌 과정 개편도 약속했다. 제재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공매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면 금지도 안 맞고, 전면 허용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처럼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는 일시적으로 규제를 하고 상황이 나아지게 되면 점차 국제기준에 맞춰가는 것이 가장 좋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주가 하락에 베팅해 이득을 챙길 수 있는 공매도 제도는 현재 개인투자자에 비해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개인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물어야 하고 대차기간도 기관투자자 등에 비해 짧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윤 후보는 주가 하락이 과도할 경우 자동적으로 공매도가 금지되는 '공매도 서킷프레이크'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처거래 수수료와 상환 기간도 각 경제 주체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균등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