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디테일 필요한 지역채널 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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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플랫폼유통부 기자

지역 농가 최대 고민은 판로 확보다. 우수한 특산품이 있어도 내다 팔 곳이 없으면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나온 대안이 '지역채널 커머스'다. 케이블TV 방송을 활용해 지역 특산품의 유통 판로를 넓히자는 취지다. 지역 경제 활로는 물론 지역미디어 기반도 강화할 수 있어 상생의 묘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좋은 취지에도 유일하게 웃지 못하는 곳이 있다. 홈쇼핑 업계다. 표면적 이유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방송을 통한 상품 판매라는 본질은 같은데 홈쇼핑 업계만 막대한 공적 의무와 규제를 짊어진다는 항변이다. 이면에는 시장 잠식 우려가 있다. 당장은 아니라도 장기적으로는 잠재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지역채널 커머스 사업이 어떻게 흘러갈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이해관계자의 밥그릇 챙기기 정도로 치부하기엔 몇 가지 문제가 눈에 띈다. 갈등의 원인은 모호한 규정에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입법 예고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들여다보면 자의적 해석 여지를 주는 표현이 다수 존재한다.

시행령 개정안 제55조 제3항 7호에서 지역 커머스에서 판매할 수 있는 상품 요건을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사업자의 방송구역이 있는 지방자치단체 행정구역 내에 소재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생산한 상품'으로 정하고 있다. 이는 해당 기업의 사무소가 행정구역 내에 소재하면 되는 것인지 판매 물품을 생산하는 곳이 해당 행정구역 내에 소재해야 하는지 해석상 명확하지 않다. 동법 제4항에서도 지역 커머스 송출 시간을 '1일 총 3시간 안에서 3회 이내'로 제한한 규정이 1일 1회에 총 3시간 이내 3회, 즉 최대 9시간 방송이 가능하다는 의미인지 하루 최대 3시간만 방송이 가능하다는 의미인지 다툼의 여지를 준다. 이러한 불명확성은 홈쇼핑사의 우려와 소모적 갈등만 키우는 원인이 된다.

모든 법률과 명령·규칙은 헌법상 '명확성 원칙'을 지켜야 한다. 시행령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상위법의 위임 범위를 일탈하는 것은 아닌지도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 정부는 상생에 기반을 둔 지역채널 커머스가 방송법 승인사업인 홈쇼핑과 결이 다르다며 선을 긋는다. 그러려면 기존 취지가 유지될 수 있도록 규정에 빈틈을 둬서는 안 된다.

시행령은 법률이 아닌 만큼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만 통과하면 국무회의 의결로 바로 시행된다. 법률 개정에 비해 의견 수렴과 논의 절차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디테일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정책 통과에만 급급하다 보면 유료방송산업의 공정한 경쟁과 발전을 놓치기 쉽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새로운 정책일수록 철저하고 꼼꼼하게 추진해야 한다. 정책이 선의에서 비롯됐다 하더라도 작은 빈틈이 있다면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지역채널 커머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상생 기대 효과만큼이나 방송 커머스 시장에 미칠 파급력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