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0만원이던 완속 충전기(7㎾급) 보조금을 올해부터 130만원으로 내린다. 나랏돈으로 무분별하게 충전기를 설치하는 사례가 늘면서 일부 자부담을 들여 사업성을 높이라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정부가 올해 11㎾급 충전기 보조금을 신설하고 이 제품엔 약 250만원의 보조금을 책정한다. 7㎾ 제품은 사업자 자부담이 불가피하지만 11㎾ 제품은 오히려 최소 10% 이상 이익이 발생한다. 사업자들은 7㎾급 대신 11㎾ 제품 찾기에 벌써부터 혈안이다. 정부 보조금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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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가 최근 30여 국내 완속 충전사업자를 대상으로 올해 보조금 지원기준을 공개했다. 7㎾급 완속충전기 보조금은 작년 200만원에서 평균 130만원 수준으로 내렸다. 반면에 11㎾급 완속충전기를 신설해 설치 수에 따른 평균 보조금 250만원을 지급한다. 환경부는 7㎾·11㎾ 등 완속충전기 보급에 올해 예산 740억원을 투입하기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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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업계는 올해 11㎾급 완속충전기 신설에 환영하고 있다. 매년 보조금 단가가 줄어든 만큼 자부담을 예상했지만, 11㎾ 제품이 신설되면서 돈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이 생겼기 때문이다.

충전기 제조사 관계자는 “7㎾ 제품은 보조금을 받아도 50만원가량 사업자 부담이 들지만 11㎾ 제품은 오히려 최소 20만~30만원을 남길 수 있게 됐다”며 “인하된 보조금 단가에 맞춰 성능, 부품 등을 가격을 줄여온 사업자에 11㎾ 제품으로 이익을 내는 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7㎾급 완속충전기 가격은 70만~80만원 수준으로 공사비(80만~90만원), 외주영업비(20만원)까지 합치면 160만~170만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공사현장에 따라 한전불입금(50만원)과 운영서버·유지보수 등 각종 관리비까지 포함하면 자체 예산 부담은 불가피하다. 반면에 11㎾급 제품 가격은 7㎾와 비교해 제품은 불과 10만~20만원 비싼 수준이고, 한전 불입금은 약 10만원 정도 더 내야하지만 설치·공사비는 큰 차이 없다.

환경부는 11㎾급 충전기 보조금을 신설한 건 주로 1~2시간 머무는 마트나 유통시설을 찾은 전기차 이용자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11㎾급 충전기에 대한 설치 장소 제한은 없지만 짧게 머무는 유통점 등에 보급을 유도할 것”이라며 “보조금 평가를 통해 충전기를 무분별하게 설치하는 사례를 막겠다”고 말했다.

충전 업계는 충전기 당 보조금 단가가 줄더라도 충전 사업자가 추가 비용을 부담하기보다는 값싼 충전기나 공사비로 부족한 비용을 채우려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주차 동안 충전하기 때문에 11㎾ 제품 두 개 보다는 7㎾ 제품 세 개가 훨씬 더 효과적이지만 보조금이 남는 11㎾ 충전기 보급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