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인재가 디지털 업종으로 몰리면서 반도체 업종마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반도체 기업이 직원을 고용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삼성전자,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이 각국에서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기본 설비 운용 인력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인재 채용 스타트업 에이트폴드닷에이아이 보고서를 인용해 2020~2025년 미국에서만 팹(FAB) 확장을 위해 7만~9만명에 이르는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위해서는 추가로 30만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했다.
대만 취업정보 업체 '104인력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대만 반도체 시장에서 부족한 인력을 2만7000여명으로 추산했다. 월 평균 급여가 최근 10년 동안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음에도 부족 인력은 지난해보다 44% 늘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이퀄오션은 최근 5년 동안 자국 반도체 업종 종사자를 2배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2020년 기준 엔지니어는 25만명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학계는 수년간 대학 졸업자 사이에서 반도체 관심이 급감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비대면 경제가 확산하면서 소프트웨어(SW)·인터넷 부문 취업을 선호하는 흐름도 인력 부족을 부추겼다. 산토시 쿠리넥 미국 로체스터공대 교수는 “전기공학 학부 과정에 등록한 학생이 1980년대 중반 50명에서 현재 10명으로 꾸준히 감소했다”면서 “일부는 구글, 메타(옛 페이스북) 등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반도체학과 구축 등 대응책에 힘을 쏟고 있다. 대만 TSMC는 최근 신공장을 구축하는 일본 구마모토현 지역 기술학교에 반도체 교육과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창야오원 국립 타이완대 전기공학·컴퓨터과학대학장은 “인재 부족 문제는 (반도체) 수요 증가로 더 심화했다”면서 “이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을지는 낙관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