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DX문화살롱](1)왜 디지털 대전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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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쿠가와 막부 말기의 조슈번(현재 야마구치현)은 우리와 원수지간이다. 메이지유신을 주도하고 한일합방,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원흉이다. 전국시대 말기의 도요토미 히데요시 잔존 세력으로, 도쿠가와 막부에 패한 후 260년 동안 핍박을 받았다. 매년 설날 비밀의식을 한다. 신하는 번주에게 도쿠가와 막부 토벌 준비 상황을 보고하고, 전쟁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한다. 번주는 준비가 부족하다며 신하를 나무란다. 그렇게 각오를 다진 그들은 막부가 쇄국정책을 고수하는 동안 몰래 외국과 통상했다. 신문물을 받아들여 상공업을 키우고, 인재를 외국에 보내 배우게 했다. 19세기 후반에 이르자 단숨에 도쿠가와 막부를 무너뜨린다. 추진목표와 실행전략이 분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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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대전환은 쉽게 오지 않는다. 지금까진 오프라인에서 하던 일을 온라인에서도 잘하는 데 중점을 뒀다.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의류를 온라인에서도 판매한다. 사무실에서 처리하던 업무를 오피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처리한다. 종이문서를 전자문서로 바꾼다. 이를 정보화라고 불렀다. 그러나 앞으론 달라져야 한다. 데이터·인공지능(AI) 기반으로 메타버스 등 새로운 공간에서 오프라인에 없는 산업과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만 입을 수 있는 고급의류를 판매한다. 실과 바늘이 없는 의류산업이다. 아바타만 탈 수 있는 자동차도 판매한다. 교통사고 없는 자동차산업이다. 이런 것이 디지털 대전환이다. 중세 유럽이 십자군전쟁에서 패해 지중해 무역로가 막히자 대서양 항로를 찾던 것처럼 오프라인과 인터넷을 넘어 메타버스로 넘어가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도 글로벌 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하며 데이터·AI·메타버스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우리만 멈춰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어떤가. 정부가 코로나19 극복과 산업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재정·금융 정책으론 역부족이다. 성장정체기에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재정정책은 한계가 있다. 국민 반발이 크고, 재정적자가 커지면 국가신용은 하락하고 자금은 해외로 빠져나간다. 금융정책은 국내외 금리 차이를 키워 자본 유출입이 커지고, 환율 급등락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진다.

산업은 대기업 중심으로 커졌지만 창의와 혁신은 미흡하고, 성장시대의 마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기존에는 오프라인 사업모델에 집착했고, 정부 규제에 의존했다. 지금도 디지털 혁신과 동떨어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같은 것에 더 신경을 쓴다. 그것으로 경쟁력을 높일 생각인 것 같다. 물론 그것도 필요하지만 디지털 대전환을 위한 근본 대책은 아니다. 미국을 보자. 옛 기업이 퇴조하고 메타(옛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엔비디아 등이 떠오르고 있다. 오프라인에 없던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만든다. 테슬라는 우주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황당한 일이 현실로 되고 있다. 로블록스는 게임에서 콘서트를 연다. 이것이 디지털 대전환이다. 어디에도 정부의 간섭은 보이지 않는다. 대안은 없을까. 민간·기업의 창의와 혁신을 믿어라. 이것이 21세기 경제 종교다.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데이터 활용과 보호 등 기존에 해 오던 개혁을 가속화해야 한다. 이해관계 대립으로 성과가 없던 것들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공공 클라우드 활성화, 비대면 의료, 암호화폐 등 규제 개선이다. 규제를 무조건 완화하자는 것은 아니다. 정책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규제할지 말지를 빨리 결정하자. 디지털 대전환을 위해 새로 할 일이 무엇인지도 고민하자. 메타버스, 가상인간, 미디어 콘텐츠 혁신 같은 것이다. 취약계층의 디지털 대전환 참여를 도와야 한다. 메타버스 공간에 손쉽게 참여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정부는 기업과 경쟁하는 일을 해선 안 된다. 기업이 못하거나 하지 않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 서두르자. 머뭇거리다간 글로벌 기업의 경제식민지가 된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국가지식재산위원) sangjik.lee@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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