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20대 대통령 20대 미래산업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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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은 2022년 임인년 새해 창간 40주년을 맞아 과학기술 및 산업경제 분야 전문가 40인과 함께 차기 20대 대통령이 챙겨야 할 20대 미래산업과제를 선정했다. 법률, 정치, 경제, 통신, 소프트웨어(SW), 금융, 의료, 에너지, 환경,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5개 핵심 과제를 꼽도록 하고, 이 가운데 중복·유사 항목 등을 추려내는 방식으로 20개를 뽑았다. 40인 전문가는 △기업(CEO·임원) 13명 △학계(교수) 11명 △협회·단체 7명 △연구기관 5명 △기타 4명(정치·법률·투자)으로 구성됐다. 이들 전문가는 △인공지능(AI) △차세대 네트워크 △메타버스 △디지털 보안 △빅데이터 △화석연료 및 탄소 절감 △스마트 모빌리티 △전자 분야 소부장 국산화 △가상자산 △신재생에너지 △클라우드 △양자기술 △의료 및 헬스케어 △배터리 △자원순환 △바이러스 대응 및 신약 △에너지효율 △원전 △우주항공 △운용체계(OS) 및 플랫폼 국산화를 20대 차기 정부 산업과제로 선택했다.

◇SW:AI 중심 융합 생태계 조성이 승부처

인공지능(AI)은 전문가 40명 가운데 18명이 언급할 만큼 중요 미래 기술 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 기술 경쟁력에 대한 평가는 2.6에 그쳐 '취약'에 가깝다.

AI 기술은 다양한 주요 기업이 뛰어들어 연구를 진행 중이다.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이 기대된다. 차기 정부에서 AI와 융합할 분야를 찾아 타 산업과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숙제다. AI 기술 특성상 아무리 고도화된 지능화도 각 분야에 제대로 적용해야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분야별로 AI를 사용할 공정 및 업무의 종류가 무엇인지 이에 필요한 데이터는 무엇이고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등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AI 고도화와 함께 각 산업에 AI를 융합하기 위한 밸류체인 구축이 진행돼야 할 이유다. 고령화와 청년층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AI 도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대선후보가 내놓은 AI 공약에 1.6점이란 낙제점을 줬다. 향후 대선후보 미래산업과제 공약에서 보강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빅테이터와 클라우드, 디지털 보안은 SW 분야에서 패키지로 언급되는 기술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디지털 전환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각 분야 도입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ICT 분야를 넘어 전통 제조업의 품질 개선과 생산량 증대, 서비스업 고도화와 직결된다. 융합의 팽창 속에 모든 기기가 네트워크에 연결되고 지능화되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가 열리면서 실생활에서 이뤄지는 많은 일이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으로 대체될 것이다.

가상공간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메타버스·디지털트윈 등 가상융합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산업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넘쳐나는 데이터와 콘텐츠, 아이디어를 담기 위해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형 서비스도 늘고 있다. 이미 디지털 거래가 일상으로 정착했고 실제 세계에서 가상자산 가치가 인정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패를 가를 승부처는 산업간 협력과 제도적 뒷받침이다. 여러 장르가 융합해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만큼 △산업별 영역 침범 △집단간 이해충돌 △규제 현실성 등 문제는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미 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에서 이 같은 갈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매번 제기되는 신기술에 대한 규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기술 이해도가 중요하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조직 키우기에 급급한 정부는 산업에 대한 낮은 이해도로 섣불리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정부가 오히려 플랫폼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정부 조직의 혁신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가상자산의 가치를 인정하느냐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계층들을 중심으로 적정 가치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공통 시각이다. 반면에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이를 투기로만 보는 시각이 많아 관련 법·제도는 걸음마 수준이다. 빅테크와 금융회사간 규제 차이에 따른 '기울어진 운동장' 이슈도 점점 커지고 있다.

운용체계(OS)와 플랫폼 국산화는 그동안 많은 실패와 좌절이 있었지만, 다시 생각해 볼 시점이 됐다. 디지털 영토가 커지는 만큼 글로벌 OS 기업으로 양분된 지금 상황이 지속될수록, 디지털 종속은 심화된다. 지난해 콘텐츠 업계를 흔들었던 구글 인앱결제 사태처럼 중장기적으로 모든 서비스가 귀속될 위험이 있다.

차기 정부에서는 이들 이슈를 종합적으로 컨트롤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개별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목표보다는 전체 디지털 사회 흐름을 전망하고 이에 따른 시나리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은 “디지털 전환 및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컨트롤타워와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라며 “대통령실 디지털 혁신 수석과 디지털혁신 주무부처를 신설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HW:차세대 네트워크 주도권과 제조 분야 핵심기술 확보해야

HW 분야는 디지털시대 혈관이라 할 수 있는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과 반도체 등 우위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 원천기술 확보에 의견이 모아진다.

네트워크는 국가 차원에서 한 단계 '점프업'이 필요한 시기다. 6G, 양자통신, 위성통신 등 다양한 기술이 언급되지만, 다양한 기술 이슈를 통합 대응하는 것이 요구된다. ICT 분야 발전 시나리오에 따라 단계별 목표를 설정하고 각 기술이 상호 중복돼 경쟁하는 구도가 아닌 각자 역할에 따라 서로 보완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차세대 네트워크에 평균 이하인 2.4점을 매긴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초고속인터넷 전국망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는 IT 선도국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는 새로운 도약을 통해 디지털 전환 시대 속도와 연결의 우의점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박종일 착한텔레콤 대표는 “2000년대초 초고속인터넷 정책의 수혜가 20여년간 이어져 왔지만, 최근 정부에서는 필요성 인식과 실행이 모두 취약하다”며 “한국이 '모바일 강국' 지위를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ICT 전문가들은 차세대 네트워크 표준과 상용화를 가정해 원천기술 개발과 동시에 관련 장비 공급망을 점검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 정부에선 5G+ 융합서비스 보급을 확산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효과적이고 실행력 있는 사업은 진행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한시적 이슈에 대응하며 계획만 세우고 추진되지 못한 사업들도 많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 추진체계를 재정비하고 민간으로 확산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춰야 6G 상용화 등 차기 정책도 힘을 받을 수 있다. 6G는 유무선통신, 양자, 위성, 오픈랜, AI·클라우드, 빅데이터가 모두 결합된 그림으로 네트워크가 구성될 전망이다. 이를 먼저 잘 준비하는 국가가 향후 네트워크 전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일본과 무역 갈등으로 중요성이 커진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분야는 원천기술 확보 이슈가 계속될 전망이다. 국토, 자원, 인구 등 국가 외형 면에서 분명 한계가 있는 만큼 모든 원천기술을 국산화할 순 없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세계 산업의 중심 품목이면서 우리가 우위에 있는 분야 만큼은 기술자립도를 키워야 한다.

목표는 경쟁국과 기술 초격차다. 대일 무역갈등을 기점으로 소부장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사기진작으로 일부 성과는 있었지만 정권과 관계없이 10년, 20년 단위 중장기 전략이 나와야 한다.

반도체 분야는 강국 이미지는 있지만 기초체력은 부족하다. 반도체 장비는 해외부품 의존도가 높아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다. 우수 공정기술과 달리 소재 기술 역시 빈약하다. 3세대 화합물 반도체는 전기차를 비롯한 전력반도체와, 통신, 우주, 국방 등 다방면에 활용되지만 기초소재는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산화는 '기초소재'가 아닌 '소자'를 수입해 후가공하는 수준이다. 인쇄회로기판(PCB) 역시 중국, 대만 등 도전으로 신규 투자가 더뎌 핵심 부품은 외산에 의존하고 있다.

핵심기술 확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소부장 전체 생태계 허리층을 두텁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기업 중심 반도체 산업에 소재 등 핵심기술을 책임지는 강소기업들의 역할도 중요해진 셈이다.

홍원빈 포스텍 교수는 반도체 강국 이미지에 대해 “극히 일부 대기업에 의해 일어나는 착시 현상”이라며 “경제 성장률 감소 시대에서는 핵심기술 기반 강소기업 출현을 장려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20대 과제에는 산업은 물론 사회 문화적으로도 큰 관심을 끌었던 이슈가 상당수다. 대부분 단독 기술이 아닌 다른 기술과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와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크게 소프트웨어(SW) 분야와 하드웨어(HW) 분야, 융합 및 서비스 분야로 나눌 수 있지만, 모든 기술이 상호 관계도를 형성하며 신규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으로 데이터 생산량은 많아졌고 이로 인해 클라우드 활용은 늘었다.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AI) 도움은 필수가 됐고 수많은 정보 처리와 이동 보관 과정에 네트워크의 신뢰성과 보안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전자, 에너지, 교통, 금융, 의료 모든 분야에서 이 같은 디지털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고,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는 메타버스라는 공간을 활용하며 가상자산을 통한 거래 요구를 키우고 있다. 이 변화 속에 디지털 종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S와 플랫폼 국산화 문제도 대두된다. 어느 것 하나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디지털 미래사회라는 커다란 연결고리에 속해 있다.

◇융합·서비스:미래기술 총집합 모빌리티, 금융·의료 서비스 고도화

미래 모빌리티는 20대 기술과제가 융합해 한 곳으로 모여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다. 전기·수소차, 자율주행, 인포테민먼트 등 기준을 갖춰야 하는 만큼 친환경에너지, 전자부품, AI, 초고속 통신, 빅데이터, 보안, 배터리, OS 등 미래기술들이 한몸이 된다.

자동차산업 차원에서는 격변의 시기지만, 기업에는 세계 시장 '게임 체인저'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다. 내연기관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어려움을 겪었다면, 미래 모빌리티에선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다. 전반적인 육성 방향은 확립했으나 각론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리튬이온 대체기술과 라이다, 레이다, 카메라 등 각종 센서 기술, 정보통신 업계와 협업 관계가 정립되어야 한다. 지금 경쟁우위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내연기관 시장에서처럼 추격자로서 남게 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래 모빌리티 산업 종합 전략을 수립해 기존 자동차 업계와 다양한 융합 분야 협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인력, 연구개발, 지원 하부구조 등 미래차 산업 전반에 걸쳐 세부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 분야는 빅데이터(마이데이터) 활용으로 혁신의 속도 경쟁이 시작됐다. 오픈뱅킹 서비스 고도화와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로보 어드바이저 등 서비스 측면에서 매우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안착으로 소비자 후생 제고와 지속적인 산업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 반면에 디지털 금융소외계층 문제에 대해서는 대처가 필요하다. 언택트 금융서비스 활성화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을 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가상자산 문제에 대해서도 발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금융 업계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가상자산을 과거 '바다이야기'와 같은 수준으로 인식하는데 우려를 표한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을 투기자본으로 인식하는 규제가 아니라 가상공간의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인정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흐름에서 벗어나면 바로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보다 금융산업 인프라가 낙후된 국가들은 오히려 전통금융의 저항과 규제 수준이 낮아 핀테크 발전 및 디지털 전환, 가상자산 활용이 용이하다.

민경철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 이사는 “글로벌로 연결된 고객들은 유무형 자산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며 “가상자산이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이는 과도기적 현상이며 계속 그 적정 가치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바이오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다. 특히 코로나 장기화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계속되면서 원격의료 시장 개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건강검진, 진료기록 등 개인 의료·바이오 데이터와 AI를 통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원격의료가 성큼 다가올 것으로 기대한다. 민감 정보인 개인 의료데이터 활용 관련 규제 이슈는 상존하지만 제도만 잘 갖춰진다면 데이터 상호운용성 확대를 통해 정부 및 민관기관의 헬스케어 시장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바이러스 백신과 신약 분야도 코로나 이후 국가적 차원에서 챙겨야 할 분야로 떠올랐다. 이미 다수 벤처투자기관들이 항암제를 포함한 신약 연구에 투자하고 있고 전문인력 배출 및 신형 의료기기 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다.

고태훈 가톨릭대 교수는 “디지털 헬스나 신약개발, 의료 AI 등 고부가가치 산업은 민간 분야에서 사업성과 시장이 담보돼야 하지만, 민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함께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후·에너지:에너지 차기주자는 수소, 자원순환도 육성해야

기후·에너지 분야는 세계를 관통하는 탄소중립이라는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지속적인 연구와 발전이 예약됐다. 특히 최근에는 투자 업계조차 기업 평가 기준의 하나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경영 여부를 챙긴다.

핵심기술로는 여전히 탄소감축과 신재생에너지가 꼽힌다. 다만 지금까지는 대표 신재생 기술로 태양광·풍력 비중이 컸다면, 점차 수소가 새로운 주역으로 입지를 다지는 상황이다. 단순히 수소를 생산하는 것에서 부터 변환, 운송, 저장까지 전체 산업 사이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상향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수소는 필수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에너지 매개체다.

수소를 통해 신재생 전력의 유동성을 해결하는 방안도 실증사업 등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 신재생 잉여전력을 수소로 변환해 저장하고 이를 필요한 곳이나 필요한 시간대에 다시 전력으로 바꿔 사용하는 시스템을 갖춰 국가 전력계통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탄소포집·저장·처리(CCUS)와 같은 화석연료 탄소 저감 기술의 필요성도 커질 전망이다.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은 하고 있지만, 산업, 교통, 물류 등 당분간 화석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곳에서는 탄소저감 기술을 통해 시간적 여유를 확보해야 한다. 연장선으로 모든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노력도 중요하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에 따른 혁신의 크기만큼 전력 사용량도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한다.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스마트네트워크를 통해 디지털 시대 전력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견해다.

환경 부문에선 폐기물은 줄이고 이를 다시 에너지로 쓰는 자원순환의 역할이 커진다. 그동안 전자기기 재활용, 폐기물 부생가스 활용 등 다양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지만, 아직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제대로 시장이 형성되진 않았다.

고철과 폐플라스틱 재활용, 유기성 폐기물의 바이오 가스화까지 자원순환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자원순환 벨류체인 전체 점검을 통해 경제성을 담보하면 환경오염 관리의 어려움과 함께 탄소중립 달성까지 해결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도 배터리 재활용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생산자에 치중된 배터리 산업 구조를 사용자 혹은 사용 후 전지 쪽으로 옮겨 관련 기술개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박철환 서정대 교수는 “사용후 전지 분야 기술 개발이 부족하면 향후 쏟아질 전지의 재사용·재활용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며 “배터리 사업 분야가 넓어진 만큼, 정부와 민간의 다양한 협회 역할 재조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책 측면에서 원자력 기술의 부활 필요성도 제기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정치적 판단 비중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에너지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점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원자력 기술 방향으로는 지금의 대형 원전보다는 소형모듈형원전(SMR) 재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전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수소 생태계도 완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기후·에너지 분야의 경우 대표 규제산업 특성상 합리적인 정책 결정에 대한 요구도 제기된다. 정부가 주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있지만 이를 실행하는 주체인 제조업, 수출산업에서 핵심 역량 강화나 신산업 육성 등 추진 방안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알맹이가 빠졌다는 평가다. 에너지정책, 전력시장 규제, 에너지 요금 등 분야에서 중앙이 주도하는 '톱다운' 방식이 아닌, 분권화된 상향식 의사결정 방식이 강화돼야 한다는 요구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현재와 같은 상황 지속되면 에너지의 정치화와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며 “에너지 문제를 이념 관점이 아닌 경제, 산업, 생존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TF=팀장:이경민 정치국제부장 kmlee@etnews.com, 권건호, 문보경, 박지성, 배옥진, 성현희, 안호천, 이동근, 조정형, 함봉균(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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