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M&A 보여준 카카오…M&A 전문가를 차기 CEO로 내정한 네이버
올 한해 네이버와 카카오가 '글로벌화'를 목표로 전략적 인수합병(M&A)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인수 기업 수와 투자 규모로는 카카오가 승자다. 카카오는 1년 동안 총 28개 기업을 인수, 한달 평균 2개 이상의 기업을 잇달아 흡수했다. 12월에 인수한 5개사를 제외하고 올해 총 1조1467억원을 투입했다. 반면 네이버는 올해 4곳을 인수했으나 덩치가 컸다. 이들 4곳 인수에 9000억원 가까이 투자했다.
◇'웹툰·웹소설 패권'을 둘러싼 경쟁 가열…투자 베팅
올해 네이버와 카카오의 '콘텐츠' 부문 투자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국내외 터줏대감이었던 네이버에 다음웹툰을 합병한 카카오가 도전장을 내면서 신경전이 본격화됐다. 이들의 승부처는 국내 보단 해외 시장이다.
이들은 웹툰·웹소설 기반 사업자를 동시다발적으로 흡수하며 투자 분위기를 달궜다. 네이버가 지난 5월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6974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국내 웹소설 플랫폼인 '문피아' 지분 56.26%를 1700억원 가까운 금액에 인수하며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왓패드의 경우 9400만명 이상 사용자와 10억개가 넘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또 가상 인간 '로지'를 개발한 애니메이션 전문 회사 '로커스' 인수하며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했다.
이에 질세라 카카오도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각각 6000억원, 5000억원에 인수했다. 201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타파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5배나 성장했다. 래디쉬는 모바일 특화형 영문 소설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체 제작 콘텐츠 '래디쉬 오리지널'을 통해 히트 작품들을 다수 제작한 바 있다. 이에 카카오 스토리 부문 매출은 타파스·래디쉬 편입에 힘입어 3분기 실적이 전년보다 47% 증가해 2187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의 우수한 오리지널 IP들을 대상으로 현지화 작업을 거쳐 타파스와 래디쉬에 공급하고, 두 플랫폼이 보유한 현지 작가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북미 오리지널 스토리를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네이버는 빠르게 뒤쫓고 있는 카카오의 추격을 방어하기 위한 다양한 묘책을 고민하고 있다. 이미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일본과 태국 웹툰 앱마켓 시장 1위 자리를 카카오에 내준 만큼 위기의식도 커졌다. 이에 내년에도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시장의 외연확장을 위한 M&A 전략을 더 공격적으로 취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M&A 투자 행보
네이버와 카카오의 M&A 투자 방식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수치상으로도 네이버는 4건, 카카오는 28건을 인수하며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인수 주최도 네이버는 본사 차원에서 추진했고, 카카오는 계열사별로 투자 조직에서 검토해 진행했다.
이 같은 M&A 행보 차이는 양사의 서로 다른 사업 확장 전략과 맞물린다. 네이버는 업계와 함께 협업을 통한 기술 시너지를 내는 생태계 구축에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 카카오는 M&A를 통한 직접적인 사업 진출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주로 타사와의 주식 지분 교환을 통한 '혈맹' 관계 구축을 선호해 왔다. 그간 CJ ENM·스튜디오드래곤·하이브·신세계그룹 등 다양한 기업들과 지분 교환하며 시너지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와도 1300억원 지분 교환을 단행했다.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 부문 사업 확장에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다양한 물류 스타트업들과도 손잡고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도 구축했다.
반면 카카오의 경우 M&A 전략을 통한 직접적인 사업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인수한 기업들도 콘텐츠부문뿐만 아니라 쇼핑, 게임, 블록체인, 퀵서비스, 카셰어링, HD맵, 무선통신 개발 등 매우 다양하다. 사업 부문별 전방위적인 인수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1위 대리운전 업체와 합작법인을 만들고 2위 업체는 인수하며 단기간에 수익계열화했다. 올해 퀵서비스 업체 2곳도 인수했다.
카카오가 M&A로 빠르게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구축해 나가면서 네이버 역시 M&A에 보다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네이버가 새로운 수장으로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책임리더를 내정하고 김남선 책임리더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내정한 것과 관련해 더욱 공격적인 M&A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분석이다. 최 내정자는 변호사 재직 당시 M&A 부문을 전담한 전문가이고 김 내정자도 네이버의 왓패드 인수 등 굵직한 딜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다만 네이버와 카카오가 계속해서 활발한 M&A를 추진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시각도 있다.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센 데다 정부와 국회에서 플랫폼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이들의 공격적인 M&A 행보에도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글로벌화'를 최대 과제로 두고 있는 만큼 인수합병을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는 필수적인 전략으로 봐야 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 규제 감시망에 걸리지 않는 범위에서 중소형 기업들을 인수하는 방식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표>네이버와 카카오 2021년 M&A 추진 현황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