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구축 중인 기가와트(GWh)급 대형 배터리 생산공장 중 절반 이상이 우리나라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일본 업체와 각축전을 벌이는 유럽 상황과는 상반된다. 미국 내 주요 배터리 공장이 한국산 기술로 만들어지는 만큼 앞으로 최소 10년간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가 예상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가 미국에 구축 중이거나 계획 중인 GWh급 배터리 공장 14곳 중 9곳이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 완성차 및 배터리 업체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향후 5년 내 연산 400GWh 이상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이는 연간 전기차 500만~6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5년 후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량의 약 70%가 국산 기술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완성차 3사(GM·포드·스텔란티스) 모두가 한국 배터리 업체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자동차 시장점유율 1·2위인 토요타와 폭스바겐 등이 미국 내 배터리 공장 구축 계획을 확정하면서 국내 배터리와 추가 협력 가능성도 커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에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배터리 파트너사로 한국 업체가 주목받고 있다”며 “유럽은 중국·일본 등과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미국 시장은 당분간 한국 배터리의 핵심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가장 큰 배터리 공장 투자는 포드·SK온 합작법인 '블루오벌SK'로 나타났다. 이들은 켄터키주 글렌데일에 58억달러(약 6조9000억원) 규모 배터리 파크와 테네시주 스탠턴에 56억달러(약 6조6000억원) 규모 배터리 공장을 구축할 예정이다. GM도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테네시주에 공장(23억달러) 규모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공장을 구축 중이다. 삼성SDI도 최근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2025년 상반기부터 미국 내 연산 23GWh규모 배터리 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