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 비중이 약 27.5%로 중국(28.9%) 다음으로 높고, 미국(11.4%)이나 영국(8.8%) 보다도 2.5~3배나 높다. 또 총수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7.3%로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최근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고 생산사슬 상에서 제조 단계의 부가가치는 더욱 떨어지고 있다. 이제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일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성 혁신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생산의 유연성 혁신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제조업의 사업모델 혁신까지 이룰 때 비로소 우리나라 제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혁신을 이루기 위한 기본이 바로 디지털 전환일 것이다.
삼영기계는 조선 및 철도 분야 제조업을 오랜 기간 영위해 왔지만 유연생산성 극대화를 위해 뿌리 공정 분야에 3D프린팅을 융합한 공정 기술 개발로 디지털전환을 추진했다. 이후 비정형 건축, 방산, 반도체 설비, 조형물, 문화예술, 항공 분야까지 새롭게 사업이 연결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가능성을 최대한 살려 미래에는 단순 제조업을 넘어 설계부터 서비스까지 모두 통합된 제조플랫폼 사업모델로 확장하는 비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산업의 디지털전환은 초기에는 각 기업 내에서 이뤄지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산 사슬 상에서의 주변 기업들과 연동이 이뤄지고, 점차 생산 사슬이 끊김 없이 연결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발전하게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또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일어날 시너지는 실로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을 살펴보니 디지털전환을 통한 시너지 효과 유인뿐만 아니라 산업 데이터에 대한 합리적 이익 배분의 보호 원칙까지 제시하고 있다. 또 산업 데이터를 새롭게 생성한 자에 대해 이를 활용해서 사용·수익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고, 산업재산권과 달리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생성한 경우에는 각자가 해당 산업 데이터를 사용·수익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누구든지 타인의 산업 데이터 사용·수익 권리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침해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전환에 대해 활용과 보호를 모두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건전한 디지털전환 산업생태계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당사자 간 별도 계약이 있는 경우를 예외로 인정한 점을 악용하는 불공정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경험해 온 것처럼 한번 관행화되면 되돌리는데 사회적으로도 너무나 큰 손실이 따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초기에 이익분배 가이드라인에 따른 우수 사례를 발굴해서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 법을 통해 디지털전환 선도사업을 선정하고 지원하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도 매우 바람직하다. 궁극적으로 디지털전환은 생산 사슬 상의 모든 기업이 함께 연결됨으로써 단계별 정보를 생성 및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기업이 홀로 온전한 디지털전환을 완성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초기에는 기업들 간 연결 및 산업데이터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유인하는 작업이 중요할 것이다. 다만 이미 산업 데이터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정보통신 관련 분야보다는 현재 새롭게 디지털전환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산업 데이터가 생성돼 활용되기 시작하는 제조업 분야에 선도사업을 선정해서 확산 기반을 구축하고 표준화를 지원하는 작업이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앞으로는 디지털전환이 돼 있지 않은 기업과 디지털전환이 된 기업 간의 부가가치 창출 역량 차이가 더 벌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에 디지털전환을 위한 기술·장비·소프트웨어(SW) 개발 지원도 병행이 필요하다. 이 또한 촉진법에 근거를 규정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또 워낙 기술과 산업 발전 속도가 빨라서 법안이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번 촉진법은 디지털전환 정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법안인 만큼 변화 속도에 맞춰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간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현 삼영기계㈜ 사장, khhan@sym.co.kr
양종석 산업에너지환경부 데스크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