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회피수단 변질…상용SW 성장 막아
제값받기 정착 뒷걸음질 우려
美 등 사업비 60% 배분 '대조'
"심의위 신설…정책 지원 절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6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상용 소프트웨어(SW) 우선 구매 등 상용SW 중심 생태계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시스템통합(SI) 중심 산업 구조를 고부가가치 상용SW 중심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였다. 정책 기반은 SW 분리발주(직접구매)다. 상용SW 분리발주가 늘면 SW기업 간 기술력 경쟁으로 품질 제고와 우수 SW 발굴, 수익 확보를 통한 국산SW 경쟁력 강화 등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SW기업, 제도 개선 원하는 이유는
공공SW 사업에서 상용SW 구매 비율은 10.7%다. 이마저 일부분은 분리발주가 아니라 통합구매로 발주된다. SW기업은 공공 분야 분리발주 비율을 높이기 위해 지속 건의했다. SW사업이 통합발주되면 상용SW 기업은 제값을 받기가 어렵게 된다. 정보화 사업은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 경쟁으로, 예정 가격보다 사업비가 줄어든다. SW기업에 할애되는 몫도 줄 수밖에 없다. 예산 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좋은 서버 기반 SW일수록 분리발주가 아니라 통합발주 비율이 높다는 설명이다. 분리발주는 워드 프로세서 등 금액이 적은 클라이언트 기반 SW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SW 기업은 직접구매 제외사유 적용 품목 비율이 100분의 50 미만인 경우 서식으로 대체하도록 한 것은 통합발주 비율을 높이고 SW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분리발주 회피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서식 제출을 통해 소명하도록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SW기업은 분리발주 도입률이 낮아졌고, 시스템통합(SI) 기업에만 유리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상용SW 키우려면 분리발주 늘려야
미국 등 선진국은 SW사업 추진 때 사업비의 40%를 개발(SI), 60%는 상용SW 도입에 각각 할당한다. 용역개발이 90%를 차지하는 국내와 비교하면 상용SW를 대하는 시각 차가 크다. 국내 SW사업은 규모가 클수록 통합발주 비중이 높다. 상용SW 기업이 우수 제품을 보유해도 최저가로 공급해야 한다. 혁신제품을 개발해도 원칙적으로 기술경쟁을 통해 공급하기 어려운 구조다.
상용SW는 SI 개발 대비 부가가치가 높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SW기업 역시 상용SW 지원 기반이 강화돼야 출현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가 상용SW 중심의 SW산업 혁신을 목표로 여러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분리발주를 확대, 상용SW 기업의 수익 경쟁력을 높여야 가능한 일이다.
조풍연 한국SW·ICT총연합회 회장은 20일 “합리적인 분리발주가 이뤄질 수 있도록 분리발주심의위원회를 신설하고 불합리한 분리발주 회피 관행 근절을 위해 불법 발주 신고 센터를 신설·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상용SW 분리발주 의무화 제도가 없었다면 국내 SW 시장은 용역 시장만 존재했을 것”이라면서 “클라우드, 구독모델 등 상용SW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상황에 됐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