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품질로 싸우자는 중국 배터리

중국 정부가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중국 공업신식화부는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 업계 규범 조건'과 '리튬이온 배터리 업계 관리 방법'의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는 중국 내 리튬이온 배터리 기업이 연간 매출액의 3%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생산능력의 50% 이상을 생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마디로 기술 개발과 생산능력 확대를 정부가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던 방식과 확연하게 결이 달라졌다. '당근' 대신 '채찍'을 꺼내든 형국이다. 한국·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시장 허들을 높이던 정책에서 탈피,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양에서 질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 이상 저가 시장의 양적 경쟁에서 벗어나 한국과 일본이 강세인 고가 시장에서 맞대결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전략은 이미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한 바 있다. 구글·아마존 등 미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봉쇄하고 자국 서비스인 바이두·알리바바 등을 키운 뒤 미국 기업과 맞대결하도록 했다. 그 결과 바이두, 알리바바 등은 세계 정상급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배터리 산업에서도 이런 2단계 전략이 먹히면 중국 기업은 중·저가를 넘어 고가 배터리 시장에서도 파상공세를 펼칠 것이다. 사실 중국의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일찌감치 한국, 일본을 앞서가고 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술은 오히려 뛰어나다. 여기에 이번 조치로 한국이 우세를 보인 리튬이온계 시장까지 파고들면 '한-중 배터리 전쟁'의 무게추는 급격히 중국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 선점에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기업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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