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정보통신 중소기업의 보호와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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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선 정보통신공사협회 중앙회장

대만은 중소기업의 천국으로 불린다. 지난 197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추진, 중소기업 강대국으로 자리 잡았다. 대만이 중소기업 강국이 될 수 있게 된 요인은 중소기업의 전문 원천 기술 확보와 독자 판매 루트 개척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대만 정부도 사회·국가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대기업과 협력, 분업, 공존 등을 위해 수평적 상생 환경 조성 등 중소기업 진흥을 위한 여러 정책을 뒷받침했다.

일본 역시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이 산업의 중심에 있으며,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중소기업 기본법 등을 통해 지금도 중소기업 보호·육성과 경쟁력 강화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중소기업은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어려워진 일본 경제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663만9000개로 전체 기업의 약 99%를 차지하고 있다. 종사자는 1710만4000명으로 전체 기업 종사자의 83.1%, 매출액은 2662조9000억원으로 전체 기업 매출액의 48.5%를 각각 차지했다.

이렇듯 중소기업은 생산 측면뿐만 아니라 고용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체 영리 기업 가운데 약 1%인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전체 영리법인에서 57%를 차지하는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는 심각하다. 국민에 대한 보편적 서비스 제공과 직결되는 산업인 정보통신공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가운데 일정 규모 이하의 정보통신공사에 대해서는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정보통신공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이다. 중소 공사업자 육성·보호 및 건전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대·중소기업 간 상생문화를 확산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매우 시의 적절한 입법이다.

정보통신공사업은 전화, 인터넷, 이동통신, 폐쇄회로(CC)TV, 정보기술(IT) 융합설비, 방송설비 등 국민 편익과 안전에 직결되는 정보통신설비를 설치하고 유지·보수하는 산업이다. 정보통신공사업계의 약 97%가 중소기업으로 구성됐다.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산업에서 거의 유일하게 중소기업 중심 산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45만여명의 상용 근로자가 종사하고 있는, 고용창출효과 측면에서도 중요성이 높은 산업이다.

그러나 중소 정보통신공사업체의 수주와 경영 환경은 열악한 실정이다. 정보통신공사 가운데 94%가 1억원 미만 소규모 공사다. 중소업체가 시공하기 적합한 소규모 공사임에도 대기업이 소규모 공사 수주경쟁에까지 참여했다.

정보통신공사업계 전체(1만1000여개사)의 연간 수주 실적은 2020년 기준 약 16조7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15.9%인 약 2조6000억원을 전체 업체의 3% 정도에 불과한 354개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설비투자 감소와 경기침체 등 산업환경 변화에 따라 대기업이 소규모 정보통신공사에까지 수주 영역을 확대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정보통신공사업 유사 산업인 건설업 및 전기공사업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건설업 및 전기공사업은 중소기업 지원과 입찰 기회 확대를 위한 조치로 대기업 등이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하한금액을 건설산업기본법령 및 전기공사업법령 등 각 개별 법령에 규정함으로써 무분별한 대기업의 수주 행위를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그동안 정보통신공사업은 제도적 보호 장치가 없었다.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 인력운영, 영업능력 등이 현저히 뒤처지는 중소 정보통신공사업체로서는 동일한 조건에서 대기업과의 경쟁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었다.

시장의 동반 성장과 중소업체의 열악한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해 중소업체 수주 영역 보장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상호 간 경쟁을 통해 성장할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입찰참가를 방지하는 제도적 근거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아직 법률 개정에 따른 하위법령 마련 등 본격 시행까지는 절차가 남아 있다. 이 법의 개정 법률 시행으로 정보통신공사업체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마련되고, 중소기업 보호·육성과 건전한 시장질서 확립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국회 및 정부에서 중소기업 보호와 육성,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

강창선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중앙회장 cskang@hanil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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