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의 핵심 포인트는 소비자가전(CE)과 IT모바일(IM) 부문을 세트(SET)사업으로 통합하는 조직개편이다. 삼성전자는 SET부문 수장에 'TV 전문가' 한종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총괄케 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삼성전자 성과주의에 바탕을 두면서 가전과 모바일, IT기기를 아우르는 새로운 혁신을 미션으로 제시했다.
◇'1등' 삼성 TV 주역, 세트사업 진두지휘
한종희 부회장 겸 SET부문장은 우리나라 최고 TV 전문가로 꼽힌다. 1988년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전자 영상사업부 개발팀에 입사해 TV 부문에서만 30년 넘게 몸 담았다. VD사업부 상품개발팀장, 개발실장 등을 거쳐 2017년부터 VD사업부장을 맡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도 SET 부문을 총괄하면서 VD사업부장도 계속 맡겼다.
줄곧 TV 사업에 몸을 담으면서 삼성전자 TV가 세계 1등을 유지하는데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15년 연속 세계 TV시장 1위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2위와 10%포인트(P) 이상 격차를 유지하며 선두 수성이 확실시 된다.
한 부회장은 삼성의 주력 제품인 QLED TV부터 올해 출시한 초프리미엄 제품 '네오 QLED'까지 사업화를 주도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TV시장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 마이크로 LED TV와 차세대 TV인 QD 디스플레이 TV'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내년 1월 열리는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2'에서도 '공존의 시대'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설 정도로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경영진으로 자리 잡았다.
한 부회장은 TV사업 성공을 발판으로 세트 사업을 총괄하는 책임을 부여 받았다. 가전, TV, 스마트폰, 노트북 등 사업을 총괄해야 한다. 기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과제다. 경계현 DS부문장 사장과 함께 2인 체제를 형성하면서 전사 차원 신사업과 신기술 등 먹거리도 발굴해야 한다.
◇CE·IM 통합, 삼성의 新 생태계
삼성전자는 2012년 말부터 10년간 유지했던 DS·CE·IM 등 3개 부문 체제를 DS와 세트(CE·IM)로 통합했다. 통합 리더십 체제 출범으로 조직간 경계를 뛰어넘는 전사 차원 시너지 창출이 목적이다.
이번 조직개편은 올 초부터 감지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IM부문의 경영진단을 실시했다. 전반적인 조직운영과 전략, 사업평가 등 전방위로 이뤄졌다. 당초 IM부문 내에서 북미시장 조직이나 고가 플래그십 모델 중심 전략 강화 등을 위한 조직개편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는 이를 넘어 CE부문과 통합하는 대규모 조직개편까지 단행됐다.
올해 3분기 기준 CE부문 매출은 14조1000억원, IM부문은 28조4200억원가량이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가전 수요가 늘면서 CE부문 매출은 소폭 상승하고 있지만, IM 부문은 신제품 출시에 따라 매출 변동 폭이 큰 상황이다. 사실상 DS부문이 실적 개선을 견인하고 있어 두 영역은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통합된 SET 부문은 가전과 TV, 모바일, 노트북 등을 아우르는 새로운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한 부회장은 앞서 새로운 TV 패러다임을 강조하면서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시간과 공간에 제약 없이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크린 에브리웨어'를 강조했다. 삼성의 다양한 디바이스를 하나로 연결, 어디서든 콘텐츠를 제공하는 '디바이스 에브리웨어'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빅스비·스마트싱스' 스마트 서비스 핵심 부상
삼성전자는 세트 사업 통합 이후 갤럭시 모바일 생태계를 바탕으로 가전과 TV 등에 개인 맞춤형 서비스 발굴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가전에 먼저 도입한 비스포크 개념을 스마트폰으로 확장해 '갤럭시Z 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 등 이종융합을 통한 성공 사례를 적극 발굴한다.
음성 인공지능(AI) 플랫폼 '빅스비'와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 등 서비스 고도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비스포크 가전과 스마트싱스 주요 서비스를 접목해 쿠킹, 의류케어, 펫케어 등 새로운 소비자 맞춤형 경험을 제시했다.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된 빅스비를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 다양한 가전과 연동해 음성으로 제어하고 스마트싱스로 관리하는 차별화된 스마트홈 구축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IM부문 네트워크사업부에서 담당해온 차세대 통신 기술 역시 연결성 확대에 중점을 둔 미래 생활가전과 로봇, 증강현실(AR) 개발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 부회장이 TV 부문에만 있었다는 우려도 있지만, 삼성전자 세트 사업 지향점이 사용자경험을 높이는 서비스 중심으로 향했다는 점에서 상쇄할 수 있다. 한 부회장은 TV가 화질 경쟁에서 서비스 경쟁으로 변해야 생존이 가능하다고 강조해 왔다. TV를 허브로 집 안 다양한 IoT 기기를 제어하는 서비스와 헬스케어, 온라인 교육, 화상회의 솔루션을 강조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를 가전과 모바일 기기까지 확대해 사용자경험에 기반한 서비스 개발을 확대하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연결성까지 확보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실적 성장이 주춤해진 무선 사업이 사실상 가전 사업에 흡수된 모양새로 바라봤다. 주요 투자 우선순위 측면에서 뒤로 밀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프리미엄 영역은 애플이, 중저가 영역은 중국 제조사가 무서운 속도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을 필두로 한 혁신과 플래그십 재편, 중저가 라인업 강화 등 기민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에 무선 사업과 시장에 대한 시각차가 실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