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로 막힌 '금융규제 샌드박스'
쿠팡, SNS 인증 출금 동의…"월 200명 한도 턱없이 부족"
이통 3사, 보이스피싱 방지' 부처간 칸막이 규제에 좌초
거대 산업 텃세에 서비스 출시 애먹기도

금융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 절반 이상이 빛을 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 규제를 면제하는 샌드박스를 도입했지만 정부의 규제 관성과 칸막이 규제로 희망을 안고 준비하던 사업이 계륵으로 전락했다.

쿠팡은 문자메시지(SMS) 인증 기반의 간편 추심이체 출금 동의서비스를 2년 전부터 준비해 왔지만 출시를 포기한 상태다. 서비스는 전자상거래를 이용하거나 신용카드 발행 때 SMS 인증 방식을 활용해 출금 계좌를 간편하게 등록하고 결제할 수 있다. 현재 전자금융법상 추심이체 출금동의 시 서면·녹취·자동응답시스템(ARS)·전자서명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쿠팡은 SMS 인증을 통해 출금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특례를 받았다. 본인 확인과 동시에 출금 동의가 가능해져 계좌 등록과 카드 발급 절차가 간소화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월 200명 한도 내에서 하라'는 부가 조건을 내걸자 서비스 출시가 더뎌졌다. 서비스 부흥에 힘을 실어 줬지만 '주홍글씨' 손톱 밑 가시를 전제로 내건 것이다. 쿠팡 관계자는 7일 “월 신규 가입자가 20만명인데 월 200명 한도는 너무 적은 범위여서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나이스평가정보와 이동통신 3사가 함께 출시를 앞두고 있던 보이스피싱 방지 서비스도 금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 부처 칸막이 규제로 출시가 좌초됐다. 애초 이들 기업은 통신사의 통신정보, 신용정보회사의 금융정보를 함께 활용해 금융사기 여부를 가리는 서비스를 지난해 출시하려 했다. 해당 서비스는 전화, 문자 발신자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거래 매체와 주체를 검증하는 서비스다. 로밍여부·휴대전화개통주소지·착신전환 등 통신정보와 대출사기, 보험사기, 데이터 명의도용 가해자 정보 등을 살핀다.

그러나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도 동일서비스로 규제 샌드박스를 중복으로 받아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SK텔레콤이 독자적으로 일부 제한적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애초 계획한 혁신 서비스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금융위와 과기정통부 등 부처 간 협의를 통해 풀어 주길 바랐지만 절차만 복잡해졌다”면서 “해당 서비스의 규제 유예 연장은 신청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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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위원회)>

이뿐만이 아니라 기존의 거대 산업 텃세 등으로 서비스 출시에 애를 먹는 벤처기업도 있다. A기업은 2년 동안 금융사와 협업을 진행했지만 회사가 대형 정보시스템통합(SI) 업체와 돌연 손잡으면서 세월을 허비했다. A기업 대표는 “정부도 금융사도 처음에 마케팅 효과만 누리고 프로젝트가 성공하지 못할 경우 벤처 기술 기업들은 그 사이에서 시간과 돈만 허비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혁신금융 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된 스타트업 빅밸류도 지난해 5월 감정평가사협회 고발로 수사를 받는 등 1년 넘는 시간을 헛되게 보냈다.

<혁신금융서비스 출시 현황>

[뉴스 해설]탁상행정·중복규제에…'혁신사업' 계륵 전락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