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염력이 강한 코로나19 신종 변이 오미크론의 여파로 비대면 특수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D램 현물거래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다시 '슈퍼사이클 도래'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지난 8월 모건스탠리가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라는 보고서를 낸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벌어진 대반전이다. '메모리 겨울론'을 제시한 모건스탠리는 예상보다 '덜 나쁜'(less bad) 편이라며 슬그머니 입장을 선회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메모리 시장 전망에 따라 투자자는 황당할 것이다. 지난여름 '메모리 겨울론'에 반도체 기업 주가가 속수무책으로 추락한 터여서 더욱더 그렇다. 세계 최고 투자기관의 보고서도 갈피를 잡지 못한 건 그만큼 변수가 많다는 의미다. 특히 코로나19 정국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다.

그래도 불과 3개월 만에 전망이 180도 달라졌다면 분석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메모리 시장 전망은 D램익스체인지, 트렌드포스 등 대만 시장조사기관의 가격 동향에 거의 의존한다. 그런데 이들 기관의 가격 조사는 PC 시장에 초점을 맞췄다는 한계가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서버나 모바일 시장 동향이 빠져 있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으로 일부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기 쉽다.

문제는 국내 애널리스트나 언론이 해외 기업의 이런 분석을 꼼꼼히 따져보지도 않고 쉽게 인용한다는 것이다. 부화뇌동의 결과는 국내 투자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해외 세력의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세계 1, 2위 메모리 기업을 보유한 국가에서 제대로 된 분석 하나 내놓지 못하고 해외 기업의 입만 쳐다본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정확히 분석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잘못된 분석만은 가려낼 줄 알아야 한다. 3개월 천하로 끝난 '메모리 겨울론'의 해프닝을 보면서 국내 애널리스트와 언론의 대오각성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