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월패드' 해킹 충격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서울 소재 한 아파트에 설치된 설비 자동제어시스템 서버가 해킹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정보원은 3월 최초 해킹 이후, 원격제어 프로그램이 설치돼 해외 40개 국가에 소재해 있는 인터넷 서버를 공격하는 경유지로 활용된 것으로 파악했다. 해킹된 시스템이 최소 260개 국내 아파트·빌딩 등에 보급돼 파장도 우려된다. 아파트 설비 자동제어시스템은 냉·난방기, 배수펌프, 저수조, 우수조, 냉·난방기 팬, 난방수 온도조절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해킹 주체와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겠지만 아파트 설비 자동제어시스템을 해커가 임의 조작하면 제2, 제3의 입주민 피해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커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남의 사생활을 엿보고 남의 아파트를 제맘대로 제어할 수 있다는 게 전혀 근거 없는 말이라고 할 수 없게 됐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아파트는 편리함과 안전함의 대명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주자를 인식해 문을 열고 외부에서도 집안의 에어컨 등 냉난방기는 물론 조명, 가전, 가스레인지 등을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게 됐다.
편리함과 안전함을 유지하기 위해 보안 대비가 시급하다. 선제적 보안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아파트 ICT 설비와 인프라에 대한 정기적인 유지관리를 통해 보안 취약점을 찾아 해소해야 한다. 각종 제품에 보안을 내재화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법·제도 정비로 관리책임에 대한 소재도 명확하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보안에 대한 인식 개선이다. 해킹은 영화 혹은 소설 소재가 아니라 현실이다. 자칫 간과했다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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