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인사를 영입해 보수적인 조직문화 타파에 나섰다. 특히 수년 째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유통부문은 김상현 신임 유통HQ장을 포함해 백화점, 마트, e커머스 대표를 모두 외부 출신으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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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 신규로 선임된 김상현 유통 총괄 대표는 글로벌 사업과 할인점 경험을 모두 갖춘 인물이다. 김 신임 대표는 1986년 미국 P&G로 입사해 한국 P&G 대표,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미국P&G 신규사업 부사장을 거쳤다. 이후 홈플러스 부회장을 지냈으며 2018년부터 DFI 리테일그룹의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 H&B 총괄대표를 역임한 전문 경영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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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진 롯데그룹 호텔군 총괄대표>

호텔군 총괄대표도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안세진 신임 사장은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니 출신으로 신사업 전문가로 불린다. 그는 2005년부터 2017년까지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 및 사업전략을 담당했다. 2018년부터는 모건스탠리PE에서 놀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안 총괄대표는 신사업 및 경영전략, 마케팅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호텔 사업군의 브랜드 강화와 기업가치 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슈퍼사업부 대표인 남창희 부사장을 제외하고는 마트, 백화점, e커머스 모두 외부 인재로 채워졌다. 앞서 롯데는 작년 말 정기임원인사에 컨설턴트 출신인 강성현 부사장을 마트사업부 대표로 선임했고 e커머스 사업부 대표로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대표를 영입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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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

신임 롯데쇼핑 백화점부문 대표에는 신세계 출신인 정준호 롯데지에프알(GFR) 대표가 내정됐다. 롯데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가 백화점 대표에 오르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정 대표는 2019년 롯데에 합류하기 전 신세계그룹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경험을 갖췄다. 롯데지에프알로 이동한 후 3년 여간 동안 수입브랜드 10여곳을 정리하는 등 사업 재편에 힘써왔다. 최근 열린 롯데지에프알 브랜드 리론칭 간담회에서 정 대표는 “롯데가 패션사업에서 그 동안 실패한 이유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보이려는 시도 때문”이라고 꼬집으며 중장기 비전 실현을 강조했다.

롯데그룹이 유통부문에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데는 실적 부진 영향이 크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올 3분기 경쟁사인 신세계, 현대백화점에 비해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5.9% 늘었지만 이는 경쟁사인 신세계·현대백화점에 비해 가장 낮은 신장률을 보였다. 또 영업이익 역시 작년 동기 대비 1000억원가량 감소해 210억원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 온라인 몰 '롯데온'도 여전히 적자세를 이어가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프라인 맞수인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며 3강 체제로 돌아섰지만 롯데온은 아직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태다.

한편 기존 유통, 호텔 BU를 이끌었던 강희태 부회장과 이봉철 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