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벤처붐'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제도 개선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1년째 국회 공전 중인 복수의결권은 물론 실리콘밸리식 복합금융 도입을 위한 개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개시하지 못했다. 벤처투자 마중물인 모태펀드 예산까지 대폭 삭감되면서 한껏 달아오른 벤처붐에 국회가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5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벤처기업에 복수의결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한 벤처기업 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하지 않고 12월 국회에서 추가로 논의하기 했다. 해당 법안을 상임위 소위에서 재논의하고 12월 중 다시 상정하기로 했다.

지난 24일 가까스로 상임위원회 소위를 통과했지만 류호정 정의당 의원 등 일부 의원의 반발로 인해 다시 제동이 걸렸다. 복수의결권은 비상장 벤처기업의 창업주가 대규모 투자유치로 인해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추진됐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복수의결권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1년이 지나서도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 합의를 이미 마친 법안이지만 12월 국회로 넘어간 만큼 연내 통과를 자신하기 어려워졌다”면서 “매년 연말 국회에서는 공방이 거듭되는 만큼 이번에도 차일피일 법안 통과가 미뤄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제2벤처붐 지속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식 복합금융 도입은 더욱 진척이 더디다. 지난 3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소위에서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실리콘밸리식 복합금융은 기술기반 혁신 창업·벤처기업이 투자와 융자를 결합한 방식으로 손쉽게 자금 조달이 가능하게끔 한 제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태펀드 예산까지 삭감됐다. 국회 산자위는 최근 열린 정부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내년도 모태펀드 예산을 당초 7200억원에서 5200억원으로 삭감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산 감액을 정했던 예년과는 달리 올해는 소관 상임위에서부터 예산이 깎였다.

통상 최종 예산 심의는 소관 상임위에서 심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예결위에서 증액 또는 감액 또는 보류를 정한다. 예결위에서도 추가로 예산이 삭감될지 중기부와 벤처투자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벤처투자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는 미투자금액이 7조원 안팎에 이른다는 추산을 근거로 예산안 편성을 문제 삼고 있다. 야당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예산 편성을 문제 삼고 있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 펀드가 구성되고 있는 현실을 잘 모르고 있다”면서 “모태펀드가 민간 자본을 이끌어내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마중물 역할을 더 해야 하는 시기다. 인식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 삭감에, 추진 법안까지 더디면서 업계 걱정은 커지고 있다.

지성배 벤처캐피탈협회장 역시 “모태펀드 예산은 다른 예산과 달리 쓰고 없어지는 돈이 아니라 시장에서 기업을 육성시키고 다시 회수돼 재투자되는 자금”이라면서 “기껏 달궈온 제2 벤처붐이라는 엔진이 꺼질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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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이학영 위원장 주재로 복수(차등)의결권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