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정에서 자유로운 자급제 단말기와 저렴한 요금제의 조합은 이동통신 시장 주변부에 머물던 알뜰폰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합리적 소비행태에 관심이 높은 MZ세대 이용자를 중심으로 통신비 부담을 줄이는 '꿀팁'처럼 공유되며 시장 확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자급제 단말기는 특정 이통사에 구애받지 않고 이용자 필요에 따라 가입 회선을 변경하거나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이통사가 지급하는 단말기 할인 공시지원금은 받을 수 없지만 오픈마켓 등 자급제 유통채널에서 다양한 카드사 제휴 할인과 무이자 할부 등을 제공하면서 전체 단말기 판매량의 20% 수준으로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보통 약정 기간이 적용되는 2년 유지비를 기준으로 자급제 단말기-알뜰폰 요금제 조합을 이용하면 이통사와 비교해 70만원 가까이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폴더블 스마트폰 등 출고가가 높은 최신 단말기와 고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이용할수록 비용 차이는 더 벌어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통사가 제공하는 각종 멤버십 혜택과 전용 서비스 등 이용이 적은 소비자라면 자급제 단말기와 알뜰폰 요금제 가입이 유리하다. 약정에 얽매이지 않는 만큼 기존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언제든 중고로 처분하고 최신 모델로 기기를 자주 변경하는 소비자 역시 알뜰폰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다만 알뜰폰 시장에서도 자본력이 풍부한 이통사·금융사 계열과 중소 업체 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점은 해결과제다. 특정 알뜰폰 가입을 조건으로 오픈마켓 자급제 단말기 구입 시 별도의 할인 프로모션이나 추가 마일리지 혜택, 경품 등을 제공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통 3사 사이에 나타나는 초과지원금 과열 경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용자 차별 해소와 이통사 유통망 관리에 주안점을 두고 제정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변화된 시장 환경에 맞춰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 소규모 판매점 등이 공정하게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단통법 적용 범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