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산업이 항공기 전파 간섭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기 이전까지 3.7~4.2㎓ 중대역(C-밴드) 5세대(5G) 이동통신을 무기한 연기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미국의 중대역 기반 5G 서비스가 상당 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현지 이동통신사는 물론이고 글로벌 통신장비기업이 긴장하고 있다.
보잉과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조사와 주요 항공사, 조종사 연합은 “항공과 통신 산업이 공동으로 수용 가능한 전자파 위협에 대한 완화 조치가 있기 전까지 C-밴드 5G 망 가동을 멈춰달라”며 백악관에 공동 서신을 발송했다.
미국 항공업계는 “항공우주 산업은 새로운 표준과 장비, 항공기·헬리콥터 통합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C-밴드 상용화에 대해 보다 자세한 지식이 필요하며 연방항공국(FAA) 안전요구사항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항공업계는 FCC와 FAA가 항공기 안전 보장을 위한 공동 산업 실무그룹을 결성해 연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백악관과 FCC, FAA가 이 같은 제안을 수용할 경우 미국의 중대역 5G 상용화는 사실상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C-밴드를 이용해 5G 서비스 상용화를 준비하던 미국 버라이즌과 AT&T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양사는 커버리지 확보와 대용량 데이터 전송에 모두 적합한 중대역 주파수로 5G 시장에 사활을 걸었다. 전파 간섭 우려가 제기된 이후 내년 1월로 상용화를 연기했지만 그마저도 확신하기 어렵게 됐다. 두 이통사는 물론이고 C-밴드 5G 장비 공급을 노리던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 등 네트워크 장비 기업도 불확실성이 가중될 전망이다.
미국 무선통신산업연합회(CTIA)는 “이미 40개국에서 C-밴드를 사용하는 수많은 5G 망이 활성화 됐다”며 “항공 장비에 유해한 간섭을 일으키지 않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음에도 과도한 우려로 상용화를 지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항공기는 국제적으로 전파고도계 용도로 4.2~4.4㎓ 대역 주파수를 사용한다. 항공기가 착륙 전 700미터 이상 고도에서 지상으로 전파를 발사하는데 인접한 3.7~4.2㎓ 대역을 사용하는 5G 망과 간섭이 발생할 경우 운항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우리나라는 5G 특화망으로 4㎓ 대역을 사용하지만 전파고도계 주파수와는 상당부분 이격돼 있어 간섭 우려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