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봉책에 그친 '요소수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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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전북 익산시 실내체육관 앞에 요소수를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대기해 있다. 전북 익산시와 호남 유일의 요소수 생산업체인 아톤산업은 이날부터 지역민에게 요소수를 직접 판매하기로 했다. 토·일요일·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요소수를 판매한다. 연합뉴스

정부는 우리 기업이 중국 기업과 종전에 임시계약한 요소 1만8700톤 수입 절차가 재개된다고 밝혔다. 이번에 통관 절차가 진행되는 요소 1만8700톤은 2~3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그 이후 사용할 물량은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소수 사태를 보면서 우리 생활에 요소가 이처럼 널리 사용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새삼스럽다. 요소수는 트럭, 화물차 등 경유 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질소산화물(NOx)을 저감하는 물질로 활용된다.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기물질 오염 저감과 국민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

최근 몇 주 동안 불거진 요소수 대란은 호주와 중국 간 갈등이 시발점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호주가 중국과 적대적인 관계에 놓였고, 중국은 호주와의 주요 무역 품목인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 이로 인해 자국 내 지속적인 석탄발전을 위해 산업 분야에서의 석탄 활용을 막으면서 석탄에서 추출하는 요소까지 수출이 금지된 것이다. 이렇게 촉발된 요소 수출 금지는 우리나라 요소수 가격을 50% 이상 급등시켰고, 이제는 시중에서 구하기조차 어렵게 됐다.

요소수 대란은 일본이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을 수출 규제한 이후 3년여 만에 불거진 또 다른 무역 분쟁으로 인한 난리다. 당시 우리는 민·관이 한데 뭉쳐 수출처 다변화와 국산화를 이끌며 성공적으로 반도체 대란을 막았다.

아쉬운 대목은 3년 전 주요 품목 수출 규제에 미리 대응하겠다는 목소리가 지금의 '요소수 대란'으로 헛구호가 됐다는 점이다. 최근 새롭게 불거진 마그네슘은 전량을 중국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자동차, 스마트폰, 배터리 등의 소재에 주로 쓰이는 물품이다. 이 밖에도 공급이 끊기면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이 수천 개나 된다. 국가 간 무역 분업이 흔들리는 이 시기에 정말로 아찔한 외줄을 타는 셈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시시각각으로 정치적 흐름을 분석하고 전량 수입 의존 품목을 점검하는 등 향후 수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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