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코로나19 영향으로 가동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베트남 호찌민 공장을 조기 정상화했다. 성수기인 4분기를 앞둔 데다 TV 등 주력가전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면서 정상화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8일 호찌민 공장 전 직원이 지난달 말 정상근무를 시작한 데 이어 이달 초부터 모든 생산라인 가동을 정상화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호찌민 공장은 TV를 비롯해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 등을 생산한다. 삼성전자 글로벌 가전 생산 공장 가운데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삼성 주력 가전 TV 생산량이 세 번째로 큰 생산기지다.
이번 정상 가동은 지난 7월 베트남 전역에 걸친 코로나19 확진자 폭증과 함께 삼성전자 호찌민 공장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 지 3개월 만이다. 당시 베트남 정부는 하루 3000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자 시민 외출을 전면 금지하는 완전 봉쇄 조치를 내렸다. 삼성전자 역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16개 생산라인 가운데 3개 라인을 중단했다. 직원도 절반가량만 출근하는 등 한때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호찌민 공장이 정상 가동에 들어가면서 삼성 가전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삼성전자 직원만 7000여명에 이른다. 연간 매출은 6조원이 넘는다. 하루만 공장이 멈춰도 산술적으로 171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실제 호찌민 공장 여파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과 맞물려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3분기 삼성전자 생활가전(CE) 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1% 증가에 그쳤다. 주력인 TV는 5%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호찌민 공장 조기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인 것에도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지난달 베트남 현지 매체는 사이공 하이테크 공단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삼성의 생산라인 가동 정상화 시점을 11월 말로 예측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시 당국과 면밀히 협의하는 한편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기술 조치를 꾸준히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예상보다 3주나 정상화를 앞당기며 공급 이슈를 해소했다.
삼성전자로서는 연중 최대 성수기인 4분기를 앞둔 시점이어서 생산라인 정상화가 시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베트남 공장에서 주력 생산하는 TV는 4분기에 연간 판매량의 최대 40%가 몰린다. 블랙프라이데이를 포함해 연말에 대형 유통 이벤트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TV 시장인 북미에서 상반기 기준 삼성전자 점유율이 전년 대비 6.9%포인트(P) 하락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조기 정상화에 영향을 미쳤다. 4분기 성수기 성과에 따라 연간 성적표가 결정되는 만큼 풀가동이 시급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베트남 공장 생산 이슈 등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있었지만 꾸준히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한 덕분에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면서 “중국 등 후발주자 성장세가 가파른데다 4분기 수요가 몰리는 시점에 접어들면서 정상 가동을 최대한 앞당겼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