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OLED도 중국에 당할 것인가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향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석권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애플 아이폰, 삼성전자 갤럭시폰에 OLED 공급을 확대하면서 우리나라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OLED로 진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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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E의 폴더블 OLED.<사진=BOE 홈페이지>

중국의 OLED 생산 능력은 규모가 시나브로 우리나라와 동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디스플레이 시장조사기관 스톤파트너스에 따르면 6세대 기준 한국과 중국의 OLED 생산 능력은 2020년 월 21만장 수준이다. 2022년에는 중국이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DSCC도 2024년에 한국과 중국의 모바일 OLED 생산 능력이 역전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OLED의 경쟁력은 생산 능력이 전부가 아니다. 수율, 품질, 경제성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6세대 OLED 공장을 가동했는데 A사는 수율(양품의 생산비율)이 90%고 B사는 10%면 A사가 훨씬 뛰어난 경쟁력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세계 OLED 시장을 선도한 이유가 이 점에 있다.

그러나 중국이 생산 능력만이 아니라 수율, 품질에서도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BOE의 아이폰 공급망 진입 기간이 짧아지고, 갤럭시폰에 채택되는 모델이 느는 건 중국 OLED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한층 더 발전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OLED 생산량이 계속 확대되면 한국과 중국 간 격차가 줄어들고, 관련된 세부 기술 분야에서도 점차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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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데도 정책 당국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정부는 연구개발(R&D)과 투자 강화를 위한 세제 지원 내용을 담은 '국가전략기술' 대상에 반도체, 이차전지, 백신 등 3대 분야로 한정시켰다. 국가전략기술 R&D에 투자하는 기업은 최대 40~50%, 시설 투자 시 최대 10~20%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이는 현재 디스플레이 업계가 지원받는 신성장·원천기술 공제보다 큰 규모다. 경쟁국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는 만큼 R&D를 촉진해서 격차를 벌려야 하는데 디스플레이는 여기서 소외된 것이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9월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별도의 발전전략으로 지원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이마저도 회의적이다. 2021년을 2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연내 전략이 마련될지 의문이고, 문재인 대통령 임기도 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발전전략이 수립돼도 힘이 실릴지 미지수다. 오죽하면 일각에서 발전전략은 이미 물건너 갔다는 이야기까지 나올까.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으로 성장했다. DB금융투자는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BOE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정부에서 지원받은 보조금이 118억5500만위안(약 2조원)에 이른다”며 “연평균 2000억원 이상을 보조금으로 지원받으면서 사업을 영위하니 웬만한 순손실에도 끄떡없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LCD 성공 선례를 OLED로 이어 가려 하고 있다. 또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칠 것인가. 사후약방문은 아무 쓸모가 없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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