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도 부담스럽다던 업계 우려 표명
전력계통 구축 등 천문학적 비용 소요
날씨 등 수급 불안정성 해결도 숙제
先 연구개발·後 보급확대로 수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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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결정하면서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가장 많은 온실가스 감축량을 할당받은 전환 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를 달성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2030년 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장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기보다는 우선 신기술 개발에 집중하면서 이후 보급을 확대하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탄중위, 2030년 NDC 2018년 대비 '40%'로 '파격 상향'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최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과 함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을 심의·의결했다. 2030년에 온실가스를 2018년 총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탄중위가 심의·의결한 2030 NDC 안건은 27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안건을 오는 31일에서 내달 12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발표한다.

탄중위가 심의·의결한 2030년 NDC안은 에너지 업계 예상치보다도 대폭 강화됐다. 에너지 업계는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2030년 NDC를 35% 수준으로 예상했었다.

탄소중립기본법에는 2030년 NDC를 35% 이상 범위에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도록 명시했는데, 35%도 부담스러운 감축 비율인 만큼 최소 한도에서 최종 감축량이 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에너지 업계 예상보다도 훨씬 강화된 40%로 감축비율이 확정됐다. 에너지 업계는 물론 산업계까지 곧바로 반대 의견을 내면서 우려를 표했다.

탄중위는 온실가스 배출 분야를 △전환 △산업 △건물 △수송 △농축수산 △폐기물 △수소 △기타(탈루 등) 부문으로 나눠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이외 △흡수원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국외 감축은 온실가스 배출 흡수·제거를 할 수 있는 분야로 제시했다.

탄중위가 제안한 안을 우리 정부가 최종적으로 확정하면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4억3660만톤으로 2018년 7억2760만톤 대비 40% 줄여야 한다.

특히 분야별로는 전환 부문과 산업 부문에서 많은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전환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2억6960만톤에서 2030년 1억4990만톤으로 44.4% 감축해야 한다. 산업 부문은 2018년 2억6050만톤에서 2030년 2억2260만톤으로 14.5% 줄여야 한다. 이외 건물 부문 온실가스 감축량은 2018년 5210만톤에서 2030년 3500만톤으로 32.8% 감축하고, 수송 부문에서는 2018년 9810만톤에서 2030년 6100만톤으로 37.8% 줄여야 한다.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100GW 구축 필요…전문가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

에너지 전문가는 탄중위의 2030년 NDC 안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약 100GW 구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탄중위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 에너지 발전량의 30.2%까지 달성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이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20.8%)보다 9.4%나 상향된 수치다. 9차 기본계획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20%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58GW 구축해야 한다고 봤다. 탄중위가 제시한 안은 2030년에 전기화로 인해 전력 수요까지 확대될 것으로 가정했기 때문에, 목표를 충족하려면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100GW까지 구축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고 단언한다. 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할 에너지 저장장치와 전력계통에도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전 전력거래소 이사장)는 “(탄중위가 제시한 2030년 NDC 상향안은) 사실상 달성 불가능한 목표”라면서 “설사 (탄중위) 계획대로 간다고 하더라도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 전력망과 송전망, 저장장치를 구축하는데 수많은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또 탄중위 계획에 따르면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30.2%)은 원자력(23.9%), 석탄(21.8%) 같이 안정적으로 출력을 유지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넘어 발전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심 전원이 된다. 발전량이 날씨 변화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재생에너지가 중심 전원이 됐을 때 한계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많은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신재생에너지 수급 불안정성이 높아 전력 수요에 완벽하게 대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기술 개발→보급 확대'…최대한 속도 조절 필요

우리 정부가 탄중위가 심의·의결한 2030년 NDC 상향 안건을 COP26에서 발표하면 이는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인 목표'가 된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세계에 공표하는 것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국가 신인도까지 하락할 수 있다.

특히 2030년 NDC 상향은 당장 9년 안에 달성해야 한다. 2050년까지 장기 목표를 갖고 추진하는 '탄소중립'과는 결이 다르다.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과 산업에 급격히 파장을 미치기 때문에 최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장)는 “2030년 NDC 상향을 위해 관련 법과 조례 등을 다 개정해야 하고, 2025년부터는 퇴출되는 재생에너지도 추가로 들어와야 한다”면서 “재생에너지 물량 확대보다는 우선 연구개발(R&D)로 재생에너지 신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이후 보급을 확대하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