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은 6개월, 마무리가 중요한 때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 시정연설을 마쳤다. 문 대통령은 25일 국회를 찾아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고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대통령이 5년 연속 국회를 찾아 차년도 예산안과 관련한 시정연설을 한 것은 처음이다.

역대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은 바닥을 쳤다. 그러나 현 정부는 30∼40%를 유지하고 있다. 임기 6개월을 남긴 상황에서 이른바 레임덕 현상도 찾아볼 수 없다. 국정운영은 전반에 걸쳐 안정세다. 흔들림이 없다. 문 대통령이 이날 “마지막까지 소임을 다하겠다”고 끝맺은 연설은 어느 때보다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남은 국정을 잘 마무리하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는 것은 한국 정치사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서 들어섰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위기의 연속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북핵 대치 국면,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일본의 수출금지 조치, 코로나19 팬데믹 등 굵직한 사건이 많았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분명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한 단계 격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문제는 남은 임기를 잘 마무리하는 일이다. 임기 마지막의 차년도 예산안은 분명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 604조4000만원을 확장 편성했다.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했다. 216조7000억원으로 지난 2006년도 총예산 221조4000억원에 맞먹는 규모다. 내년 국가채무는 1068조원으로,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 재정건전성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경기가 불안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재정 확장 기조가 최선의 선택인지 의문이 든다. 600조원이 넘는 세출안은 결국 국민의 세 부담 가중으로 이어진다. 국가 재정건정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 정국에서 편성된 디지털뉴딜 예산이 상당 부분 소진되지 않은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숫자만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각 부처 및 산하기관의 예산 불용액을 점검해서 헛돈이 쓰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 마지막까지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지금까지의 국정 기조를 유지하되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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