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설 전망이다. 하반기엔 물가상승률이 억제될 것이라던 기획재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3년 만에 유류세도 인하한다.
코로나19로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임을 감안해도 정부 물가 대책이 지나치게 안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4월 물가상승률이 2%대를 기록했을 때 기재부는 ”기저효과로 인한 일시적인 수치다” “하반기엔 물가가 물가안정 목표인 2%를 하회할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낙관적 전망은 6월까지 지속됐다. 당시 현안은 조류 인플루엔자로 산란계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달걀 가격이 치솟는 정도였다.
정부가 물가를 지나치게 낙관한다는 지적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때도 불거졌다. 이미 국제유가는 파죽지세로 오르는 중이었고 연내 100달러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4월부터 물가가 2%대를 기록 중임에도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을 1.8%로 예측했다.
기저효과가 있다는 해석이 틀린 것은 아니다. 모든 경제지표를 볼 때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 않기 위해 기저효과를 고려해야 하는 것도 맞다.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가 있었다. 이 때문에 올해는 어떤 지표든 상승폭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기본 전제는 당연하다.
다만 기저효과가 다가 아닐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했다는 게 문제다. 수요 회복으로 농축산물 물가가 높게 형성되는 가운데 석유가격이 오르면서 공급에서도 물가 상방 압력 요인이 생겼다. 공급에서 문제가 생기는 물가 상승은 수요보다 다루기 까다롭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도 거의 없다. 물가 상황을 낙관하면서 정부가 관리를 할 수 있었던 타이밍도 놓쳤다. 전기요금과 우윳값 인상이 대표적이다.
겨울이 오고 있다. 물가상승은 취약계층에게 더 가혹하다. 고유가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없다면 취약계층에게는 더 춥고 나기 어려운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나마 한국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경기 침체 폭이 작았고 그에 따라 물가 변동 폭이 억제되고 있는 측면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여러 차례 기회를 놓쳤지만 이제는 적절한 정책을 최적의 시기에 시행해야 할 때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