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도 가입자에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 있습니다. 알뜰폰 1000만 가입자는 마케팅(사은품) 비용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알뜰폰 관계자는 알뜰폰이 보조금 위주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성장 정체에 직면한 이동통신(MNO) 시장을 답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통사에 비해 규모가 작은 알뜰폰 사업자도 많으면 연간 수십억원에 이르는 마케팅 비용을 지출한다.
알뜰폰 사은품 경쟁이 심화되며 마케팅 여력이 큰 이통사·대기업 자회사와 중소 알뜰폰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경쟁이 약화되면 중소 알뜰폰의 퇴출, 이용자 피해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정부는 건전한 경쟁을 유도할 책무가 있다.
이제까지 정부 대책은 '땜질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통사·대기업 자회사의 과도한 사은품 제공에 중소 알뜰폰이 불만을 제기하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자회사 관계자를 소집하곤 했다. 사은품은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기승을 부렸다.
땜질식 처방을 막기 위해서는 가이드라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방통위는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있다며 가이드라인 제정에 미온적 입장이다. 하지만 단통법은 지원금 상한선 등을 규정하는 법률안으로 자급제 단말 사용 비중이 높고 요금 위주로 경쟁하는 알뜰폰에 적용하기 어렵다.
가이드라인은 규제 관점이 아니라 알뜰폰 시장 현실을 면밀하게 반영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마케팅 비용 등에 대해 합리적 수준을 설정하는 방향타가 돼야 한다. 수천원대 요금 상품을 판매하며 수만원대 사은품을 제공하는 알뜰폰 시장의 모순적 상황은 득보다 실이 크다.
알뜰폰 사업자는 물론이고, 알뜰폰 요금인하 여력 축소 등 부작용으로 이용자에게도 비용이 전가되기 마련이다. 과도한 비용 투입은 도매대가 협상 등에 있어서도 유리할 게 없다.
가이드라인 설정은 정부의 시장개입이라는 점에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알뜰폰 시장이 과도한 사은품 경쟁으로 제 살을 갉아먹기를 반복하고 있다면 심판으로서 정부가 바로잡아줘야 한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