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누리호가 드디어 10여년 개발을 마치고 발사에 임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발사체를 보유하기 위해 1990년대 과학로켓부터 시작해 꾸준히 기술을 개발해 왔다. 처음에 시험용으로서 1993년 과학로켓 1호가 도달한 고도는 39㎞에 불과했지만 이런 기초기술부터 확보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누리호도 없었을 것이다.
누리호는 명실상부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우주로 진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그 동안 노력에 대한 결실이며, 동시에 향후 더 의욕적인 우주개발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우주는 지구에서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는 전략적인 공간이다. 이미 우리는 우주에 올린 위성을 통해 방송, 통신, 항법, 기상, 환경, 농업, 재난관리 등 실생활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또 우주는 인류 활동 영역이 능력껏 확장될 수 있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의 공간이기도 하다. 지구 자원과 공간 한계는 상대적으로 우주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특히 달, 소행성 등 엄청난 자원은 향후 기술 발전에 맞춰 인류 미래성장력을 한층 더 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우주가 전략적, 경제적으로 중요한데 우주에 진입하는 능력 자체가 없다면 이미 경쟁력을 잃고 시합에 나서는 것과 다름없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우주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바로 미래에도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누리호는 1.5톤급 위성을 600~800㎞ 상공 지구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는 발사체다. 2013년 나로호가 당시 100㎏급 소형위성을 올렸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더구나 나로호 1단은 러시아에서 들여왔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번 누리호의 독자성과 기술력은 그 의미가 크다.
누리호가 성공하면 다음 단계는 기술고도화다. 점차 더 좋은 발사체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누리호 후속사업을 추진해 발사체 성능을 지속 향상하고, 경제적 경쟁력이 있는 발사체를 개발하도록 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당연한 수순인데 처음에는 운송수단을 가진 것에 만족하지만 그 다음은 세련된 고품질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최근 뉴스페이스 시대에 들어서면서, 정부 전유물이었던 우주개발에 민간기업들이 뛰어들기 시작했다. 우주인터넷, 우주관광, 우주자원채굴 등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사업에 접목하다 보니 초소형위성부터 대형위성까지 다양한 중량과 크기 위성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발사체도 필요하게 됐다.
마침 금년 5월에 한미 미사일지침이 종료돼, 고체추진발사체에 대한 제한이 해제된 것은 시기적으로 매우 반갑다. 고체추진제와 액체추진제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여러 형태 발사체로 파생될 수 있다. 누리호 개발과정에서 확보한 기술을 토대로 수요맞춤형 발사체 개발이 기대된다. 아울러 향후 증가할 발사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나로우주센터 옆에 민간소형발사체를 발사할 수 있는 발사장을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명실상부 우리 땅에서 여러 종류의 우리 발사체로 다양한 크기의 위성과 탐사선을 쏘는 우주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획정책본부장 joonlee@kari.re.kr
-
김영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