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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나무를 향하던 영희(술래) 인형의 목이 뒤로 돌며 서바이벌 게임 참가자를 바라본다. 모두가 영문을 모르고 멈춰 있는 사이 인형 얼굴의 눈동자가 운동장을 샅샅이 훑는다. 곧 움직임이 감지되고 총소리와 함께 탈락자가 쓰러진다.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술래의 눈을 피해 결승선을 통과해야 한다. 인형 눈 안에 설치된 카메라는 미세한 움직임도 놓치지 않는다. 자동으로 움직이며 줌을 조절해 개별 참가자를 인식하고 동작을 감지해 탈락자를 선별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1화에는 어린 시절 추억의 놀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등장한다. 막대한 상금과 목숨을 걸고 펼쳐지는 처절한 게임에서 술래 역할은 거대한 인형과 그 안에 탑재된 지능형 카메라가 맡았다.

영화와 달리 현실에서 지능형 카메라는 범죄·사고를 예방하고,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폭넓게 기여하고 있다. 단순히 실시간 모니터링과 영상 녹화만 가능했던 기존 폐쇄회로(CC)TV와 달리 스스로 화면 안에 잡힌 대상을 구분하고 추적·식별할 수 있다.

지능형 카메라가 기존 CCTV와 차별화한 부분은 인공지능(AI) 기술과 영상분석 알고리즘 등 고도화된 기술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사람이 직접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지 않아도 카메라가 스스로 화면 속 상황을 판단하고 관제요원에게 경고하거나 현장에 위험상황을 알릴 수 있다.

기존 지능형CCTV는 영상 픽셀, 밝기, 구도 등 특징을 추출해 사람이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사전에 사람이 설정한 규칙(룰)을 기반으로 새로운 객체가 카메라가 잡히는 것을 인식하거나 상황 변화를 감지하는 방식이다.

AI가 접목된 최신 지능형 CCTV는 딥러닝을 기반으로 객체 학습을 진행, 정확도를 크게 높인다. 물건을 내려놓거나 집는 동작까지 정밀하게 구분해내는 수준으로 고도화돼 사회 안전 인프라 개선에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노원구가 지능형 CCTV 모니터링을 통해 마약 거래자를 검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후 서울시는 총 125억9400만원을 투입, 서울 전역의 CCTV를 지능형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한강 다리 등에 설치된 지능형 CCTV는 화면 속 인물 행동을 분석해 투신 가능성을 포착해 낸다. 570여대 CCTV를 통해 1년 동안 녹화된 영상을 AI로 학습, 정확도를 86%까지 높였다. 이동통신사와 보안전문업체 역시 소상공인을 위한 지능형 CCTV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갈수록 커지는 사생활 침해 우려는 해결 과제다. 지능형 카메라로 수집된 데이터에서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하고 불법적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기술적·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요구된다.


오징어게임 속 영희 인형의 눈동자는 빠르고 정확하게 탈락자를 가려냈다. 하지만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지능형 카메라는 범죄를 예방하고 사고를 막아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