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독립강소기업]<1>이차전지 실리콘 음극재 최강자 '대주전자재료'

세계 최초 음극재 재료에 실리콘 적용
기존 흑연 대비 10배 이상 성능 구현
열 플라즈마 이용 나노급 분말 생산
'기상합성법' 다양한 범위 활용 가능

전자신문은 '제1회 기술독립 강소기업 대상'을 통해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히든 챔피언' 10곳을 선정했다. 덩치는 크지 않지만 묵묵하게 거친 돌밭을 갈아 내며 한 걸음씩 성장해 나가고 있다. 주요 기술 국산화를 넘어 이제는 세계 최고를 향해 달려 가고 있다. 대주전자재료를 첫 회로 수상기업 10개사의 그동안 노력과 성공 스토리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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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전자재료가 생산하는 실리콘음극재 DMSO HCE8516 시리즈

대주전자재료(대표 임일지)의 핵심 제품은 실리콘 음극재다. 포르쉐 타이칸 배터리에 들어가는 실리콘 음극재를 대주전자재료가 공급했다. 음극재 재료로 실리콘을 적용한 것은 대주전자재료가 세계 최초다. 대주전자재료는 지난달 24일 전자신문사 주최로 열린 '제1회 기술독립 강소기업 대상'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았다.

기존 음극재는 주로 흑연을 사용했다. 대주전자재료가 만든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 대비 10배 이상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적으로 현재 실리콘 음극재를 양산하는 곳은 두세 군데에 불과하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실리콘 음극재 시장은 연평균 70% 안팎의 증가가 예상된다. 포르쉐 외에도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등이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 핵심 기술인 기상합성법은 실리콘 음극재 외에도 다양한 범위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 전도성 페이스트, 발광다이오드(LED)용 형광체 등 기존에 생산하던 핵심 소재 모두 대주전자재료 기상합성법을 기반 기술로 하여 만들어졌다. 기상합성법은 열 플라즈마를 이용해 건식으로 나노급 분말 생산을 만드는 기술이다.

이차전지용 실리콘 음극재가 미래 먹거리라면 전도성 페이스트는 지금까지 대주전자재료를 이끌어 온 회사 핵심 제품이다. 회사 매출의 절반 이상이 전도성 페이스트에서 나온다. 전도성 페이스트는 전기·전자제품 소체에 전극을 만들어서 전기를 통하게 해 주는 재료다. 휴대폰, 노트북 등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칩 제품에 적용된다. 칩 내외부에 도료 형태로 발라 전극을 통하게 한다.

임종찬 대주전자재료 부사장은 30일 “차세대 배터리 소재 개발을 위해 전고체전지에 들어가는 고체 전해질과 음극재 연구개발(R&D)을 이미 착수했다”면서 “앞으로는 에너지 분야로 영역을 더욱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실적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 대주전자재료는 지난해 매출 154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2%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9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8%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이미 지난 2010년 한 해 전체 이익을 넘은 97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결단의 순간은

위기는 곧 기회였다. 디스플레이 시장 환경이 디스플레이패널(PDP)에서 액정표시장치(LCD)로 전환되면서 PDP 소재를 생산하던 대주전자재료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PDP 생산 기업이 하나둘 사업을 접으면서 소재 기업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2011년까지 1500억원 안팎에 이르던 매출은 2015년 60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회사도 방법이 없었다. 생산직원을 감원했다. 그러나 연구개발(R&D) 인력은 감원하지 않고 기술 개발을 이어 갔다. 임종찬 대주전자재료 부사장은 “위기에도 회사 핵심 동력인 R&D와 기술 투자는 줄이지 않은 것이 지금의 대주전자재료를 있게 한 결정적 계기”라고 밝혔다. 회사 핵심 기술을 살릴 다음 먹거리가 무엇일지 찾던 차에 눈에 보인 것이 바로 음극재 분야였다. 임 부사장은 “대주전자재료의 생산 기반과 기술력을 활용할 새 아이템을 찾다가 배터리 업체로부터 협력 제의가 들어오면서 새 분야를 개척할 수 있었다”면서 “꾸준히 협력사와 관계를 맺으며 쌓은 신뢰와 회사의 기술 개발이 맞물린 결과”라고 회고했다.

실제 실패를 거듭하며 10년여를 시도한 R&D가 대주전자재료를 실리콘 음극재 분야 세계 최고 자리에 올라설 수 있게 된 비결이었다. 임 부사장은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라면서 “꾸준히 한 분야에서 집중해서 10년 이상을 R&D에 매진, 독자 제조 기술을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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