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위성통신, 5G 이후의 세상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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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충구 고려대교수

위성통신망은 넓은 영역에 걸쳐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보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지상망의 한계를 극복하는 효율적인 체계로 활용돼 왔다. 특히 통신과 방송 중심으로 전 세계 어디서나 지상망과 상호 접속하는 중계망 역할을 담당해 왔다. 한편 위성과 발사체를 포함하는 우주 산업은 지난 2020년 한 해 기준 약 430조원 규모 산업으로, 세계 수십만 명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에 금산지구국을 개국해 위성통신을 통한 국제 전신·전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1995년 최초의 통신위성 무궁화 1호를 발사, 위성통신 서비스 국산화가 이뤄졌다. 현재는 통신위성과 이를 구성하는 통신탑재체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이 정부출연연구기관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주 공간에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세계 어디서나 고속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는 없을까'하는 이런 단순한 생각과 위대한 꿈이 현실화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SpaceX)사가 재사용이 가능한 발사체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위성통신망 구축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저궤도를 이용하는 대규모 군집위성망 스타링크(Starlink)를 통해 광대역 인터넷 액세스와 위성 간 중계망을 구축하게 됐다. 수천~수만개 위성을 통해 지구상 어디에서도 4세대(4G) 이동통신급 고속·저지연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우주 인터넷은 아직까지도 초고속 인터넷 액세스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는 음영 지역과 개발도상국에 값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세계 인구의 40%가 아직도 인터넷 접속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위성통신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진 것이다.

애플 신형 스마트폰에는 위성통신 모뎀이 탑재돼 있어서 지상망의 음영지역에서도 음성과 메시지 전송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러한 시장 전략이 대규모 저궤도 군집위성망까지 확대된다면 글로벌 산업 생태계는 새로운 구도로 치닫게 될 수 있을 것이다. 3차원 공간의 이동체까지 포함하고 자율이동체를 제어해야 하는 미래의 통신 인프라를 고려한다면 위성망의 위력은 더욱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나아가 6G 이통의 비전으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위성 발사체 기술부터, 통신탑재체에 요구되는 특수 부품과 안테나, 그리고 고용량 커버리지 확보를 위한 시스템 기술과 단말 등에 걸쳐 새로운 산업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부단한 기술의 혁신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파괴력으로 기존 시장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일론 머스크는 MWC 2021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우주 인터넷의 완성을 위한 몇 가지 전제 조건을 언급한 바 있다. 엄청난 투자비를 감당해낼 수 있는 경제성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 지상에서 성공적으로 활용된 신기술들을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기존 지상망의 투자가 위성망으로 전환되고, 단말 시장의 전통적 기술 기반이 새로운 환경으로 진화해 나가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5세대(5G) 이동통신 선도 국가로서 우리는 이통 기술 경쟁력과 R&D 기반을 확대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기회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통신위성 기술 자립도와 국제 경쟁력은 낮다. 제한적인 국내 위성 산업 규모의 한계로 관련 기술 개발 투자와 인력 양성에서 오랫동안 소외됐다. 빠르게 다가오는 미래가 우리의 기존 산업 기반까지 뒤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관련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주파수와 궤도라는 자원 확보 싸움에까지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한발 앞서 나가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행보를 보면서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국내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 소식과 더불어 정부 연구개발(R&D) 투자를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상망 중심의 6G 연구개발 사업과 더불어, 향후 초공간 통신 관련 표준 개발과 요소기술 확보를 위한 전방위적인 연구개발 체계 구축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발맞추어 국내 위성통신 분야 산학연이 참여하는 위성통신포럼이 최근에 창립했다. 위성체 개발, 통신탑재체 개발, 통신탑재체 부품 개발, 위성통신 단말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별적 노력이 하나로 모여 글로벌 시장 대응에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위성통신포럼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위성통신은 국내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대응하기 위한 기술이다. 국내 기술을 배양하되 부족한 국내 기술을 해외 협력을 통해 확보하고 국내에 자체적인 기술 역량이 축적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노력이 위성통신포럼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통 시장에서도 3G까지는 후발주자에 머물고 있었지만 4G부터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국내 기업들의 축적된 기술력으로 5G에서는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었다. 이제 막 시작된 우주 산업 시대에 저궤도 위성통신 시스템에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민간의 도전적인 기술 개발이 시너지를 낸다면 6G에는 이통과 더불어 위성통신 시장에서도 산업적 우위에 있을 것이다.

강충구 위성통신포럼 집행위원장 ccgkang@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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