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사임으로 한일관계 개선에 모멘텀이 생겼지만, 양국 모두 자국 내 대형 정치이벤트가 이어지면서 실질적 관계개선은 차기 정부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일본은 차기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오는 29일 예정돼 있다. 총리가 새로 선출돼 10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해도 중의원 총선거가 예정되면서 자국 내 현안 관리에만 힘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 중의원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중의원 총선거는 빠르면 10월 31일 늦어도 11월 28일까지는 투·개표를 마쳐야 한다. 현 중의원 임기는 10월 21일 만료된다. 자민당은 10월 17일 총선거를 실시하는 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했으나 스가 총리 사임 발표로 무산됐다. 29일 자민당 총재 선출 후 임시국회를 열고 신임 국무총리 지명선출 및 새로운 내각 구성과 출범을 마쳐야 한다.
정권 교체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중의원 465명 중 과반 이상인 276명이 자민당이다. 연립정부를 구성한 공명당도 29명에 달한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113명)이 과반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
일본에서 중의원 총선거가 끝나면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대선 모드에 진입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경선이 마무리되면서 거대양당 대통령 후보가 결정된다. 사실상 레임덕에 진입한 문재인 정부가 민감한 현안인 한일관계에서 책임있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시기를 지나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끝내도 양국에서의 굵직한 정치 이벤트는 계속된다. 우리나라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일본은 그 다음달인 7월 참의원 선거를 치른다.
결국 한일관계 개선은 아베 전 총리가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는 자민당 정부와 우리 차기 정부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새로운 일본 총리가 선출돼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운신의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양국 모두 자국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상대국가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