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은 중소기업에게도 필수 불가결한 생존 전략이고,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입니다. 중소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확고한 신념을 갖고 ESG경영을 내재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은 13일 경주 라한셀렉트에서 열린 '2021 백두포럼'에서 “지금 세계는 ESG를 기반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인들에게 ESG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최근 세계 각국의 ESG 경영이 이제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필수 영역으로 자리잡게 됐다고 진단했다. 반 전 총장은 “ESG 경영이 의문의 여지 없이 장기적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면서 “이런 거대한 흐름 속에서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출 중소기업이 ESG경영을 준수하지 못 한다면 외국기업이 다른 나라 기업으로 거래처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소기업이 기업가 정신으로 도전한다면 ESG가 위협이 아닌 기회 요인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정부의 탄소감축목표에 대해서도 아직 부족한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국회를 통과한 2030 탄소감축목표는 최소 35% 이상을 명시하고 있다. EU의 55%, 미국의 50~52%, 영국의 68% 등 여타 선진국의 감축 목표에 비해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반 전 총장의 인식이다. 그는 “올해 안에 유엔의 권고 목표인 45% 내외를 설정해 국제사회에 발표해 한국이 '기후악당'이란 오명을 벗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의 강연에 이어서는 '글로벌 환경변화와 중소기업 생존전략'을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특히 중소기업이 ESG, 탄소중립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 됐다.
한상범 경기대 교수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전방위로 ESG에 대응하기는 어려운 만큼 핵심 이해관계자를 중심으로 중요도를 고려해 자신의 기업에 맞는 ESG 요소를 선별해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부행장은 “중소 수출기업은 ESG 뿐만 아니라 새롭게 정립되고 있는 디지털 통상 규범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정부에서도 통상 대응 플랫폼 구축 등 중소기업의 ESG 전환에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한 이후에야 중소기업도 자체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이번 포럼은 큰 변화 흐름 속에서 우리 기업이 슬기롭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라면서 “환경규제가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고 중소기업 현실에 맞는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백두포럼에서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중소기업인간 간담회도 열렸다. 중소기업인들은 △협동조합의 경북도 중소기업 지원시책 참여 지원 △지역 협업촉진센터 설치 및 운영 지원 △중소기업공제사업기금 이차보전 지원 예산 확대 등을 건의했다. 백두포럼은 올해로 12번째를 맞는 중소기업 대표 글로벌 포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작년과 올해는 국내에서 열렸다.
경주=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